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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행복해져 가는 니카라과와 시에라리온, 불행해지는 미국과 이탈리아…무엇이 행복 좌우했나

유엔 자문기구 지속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20일 발표한 행복한 나라 상위 10개국. 왼쪽 파란색 막대부터 국민총생산(GDP), 사회적 지원, 기대수명, 선택의 자유, 관용, 정부·기업의 투명성을 지수화한 것.

유엔 자문기구 지속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20일 발표한 행복한 나라 상위 10개국. 왼쪽 파란색 막대부터 국민총생산(GDP), 사회적 지원, 기대수명, 선택의 자유, 관용, 정부·기업의 투명성을 지수화한 것.

유엔 자문기구인 지속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20일(현지시간) 행복지수를 발표했다. 노르웨이, 덴마크, 스위스, 핀란드, 캐나다, 호주 등 조사대상 155개국 중 1위부터 10위까지 모두 서구 부국들이 차지했다. 하지만 이들 나라말고 또 눈여겨 봐야할 나라들이 있다. 남미·동유럽·아프리카의 개발도상국 니카라과와 에콰도르, 라트비아, 시에라리온 등이다. SDSN 보고서 순위에 따르면 니카라과는 43위, 에콰도르 44위, 라트비아는 54위에 불과하다. 시에라리온은 조사대상 155개국 중 106위로 하위권이다.


하지만 이들 국가들의 상승 폭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들 개발도상국들의 행복지수는 10여년 전에 비해 많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같은 기간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르완다 등 빈국은 물론 미국, 이탈리아, 그리스 등 서구국가들의 행복지수는 많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이 이들 국가들의 행불행을 갈랐을까.


SDSN의 행복지수는 소득뿐만 아니라 건강기대수명, 사회적인 지원, 관용, 표현의 자유, 정부·기업 운영의 투명성 등을 합쳐 10점 만점으로 표시된다. 이 점수를 기준으로 2005년부터 2007년까지 조사했던 결과와 비교했을 때 니카라과는 1.364점 올라 상승폭이 가장 컸다. 라트비아가 1.162점 올라 뒤를 이었다. 시에라리온의 현재 순위는 106위에 불과하지만 0.998점이 올라 3번째로 행복도가 증가한 나라고 꼽혔다.



행복지수 상승폭 상위 10개국.

행복지수 상승폭 상위 10개국.


전문가들은 주로 기대수명과 국민총생산(GDP)이 행복도를 좌우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보통 행복도 하위권에 있는 남미, 아프리카, 동유럽 일부 국가들은 격렬한 대립상태나 정치적 혼란상황이 조금만 가라앉아도 행복도가 크게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니카라과와 에콰도르에서는 정치범 체포기간이 줄어들자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많이 높아졌다.


미국은 2007년 조사에서 23개 OECD국가 중 3번째로 행복도가 높았다. 2016년 조사에서는 OECD 34개국 중 19위에 머물렀다. 특정 인종이나 집단을 배제하는 정치와 정치제도 자체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것이 행복도 하락의 원인으로 꼽힌다. 행복도 1, 2위 국가인 노르웨이, 덴마크 국민들이 사회적 지원, 투명성 등에서 높은 만족도를 보였던 것과 정반대다.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 경제학과 교수는 보고서에서 현재 미국이 “사회적 위기에 빠졌다”고 진단하고 더욱 상황이 나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삭스는 “그럼에도 정치 담론은 경제성장률을 얼마나 끌어올릴 것이냐로만 귀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득불평등을 개선하고 금융부문에서 부정부패가 없도록 정치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민자와 미국 본토 출신 간 사이도 더 좋아지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돈과 행복은 정비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인들의 1인당 국민소득은 꾸준히 늘어나는데 행복도는 25년 전부터 계속 줄고 있다. 실업률은 늘어나는 데다 이로 인한 충격을 줄여줄 직업교육이나 실업수당 등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리처드 이스터린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 경제학과 교수는 ‘행복의 경제학’이란 보고서에서 재산이 얼마나 많으냐와 상관 없이 결혼과 이혼, 심각한 신체장애, 질병 등이 행복도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