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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나흘 만에 호수가 된 캐나다 슬림스강

캐나다 북서부 유콘 준주를 흐르던 슬림스강이 지난해 5월부터 수원인 카스카울시 빙하가 녹으며 물길이 끊기면서 호수처럼 변했다.   미국 워싱턴대학

캐나다 북서부 유콘 준주를 흐르던 슬림스강이 지난해 5월부터 수원인 카스카울시 빙하가 녹으며 흘러드는 물이 끊기면서 호수처럼 변했다. 미국 워싱턴대학

캐나다 북서부 유콘 준주를 흐르던 강 하나가 나흘 만에 사라졌다. 강의 젖줄인 빙하가 갑자기 녹아내리면서 물길이 변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로 유콘 일대를 흐르던 슬림스강이 나흘 만에 사라지고 좁고 기다란 호수가 돼버렸다고 미국 워싱턴대학교 타코마 캠퍼스 연구팀이 17일(현지시간) 학술지 네이처지오사이언스에 보고했다. 기후변화가 얼마나 급작스럽게 지형을 변화시킬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강이 마른 것은 카스카울시 빙하가 갑자기 많이 녹아내렸기 때문이다. 이 빙하는 슬림스강과 카스카울시강의 수원이었다. 지난해 캐나다 서부에 이상고온 현상이 일어나면서 빙하가 빠르게 녹았고, 빙하호 가장자리의 지형이 바뀌었다. 깊이 30m 계곡이 생겨 빙하의 물길이 슬림스가 아닌 앨섹강으로 바뀌었다. 물길이 끊긴 슬림스강은 이제 길고 좁은 호수처럼 돼버렸다.


원래 북극의 베링해로 흘러가던 슬림스강은 수량이 매우 적어졌고, 바다가 아니라 또 다른 강인 카스카울시로 조금씩 흐르고 있다. 이렇게 침식력이 센 강이 주변 물길을 끌어들이는 것을 ‘하천 쟁탈’이라 부른다. 보통 수백년, 길게는 수천년에 걸쳐 일어나는 현상이다. 그런데 연구팀의 관측에 따르면 슬림스강은 지난해 5월26일부터 29일 사이에 급격히 수위가 낮아지면서 사실상 말라붙었다. 연구팀은 이런 일이 26일 하루에 일어났을 수도 있다고 봤다.


물길이 변하면서 주변 풍경도 완전히 바뀌었다. 앨섹강과 카스카울시 강물은 무섭게 불어났다. 반면 슬림강이 흐르던 강둑에서는 양들이 풀을 뜯고 있다. 보고서는 물길의 변화가 어종과 주변 생태계와 강의 화학작용 등에도 계속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