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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강연·사업 몸값 껑충…공직 떠나니 ‘돈방석’

강연·사업 몸값 껑충…공직 떠나니 ‘돈방석’

“40만달러짜리 연설이 오바마를 월가의 신입 살찐 고양이로 만들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재임기간 내내 거리를 둬왔던 월가 투자은행으로부터 퇴임 후 거액의 연설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지자 보수 언론 폭스비즈니스가 내놓은 기사 제목이다. 오바마는 오는 9월 투자은행 중 하나인 캔터피츠제럴드가 주최하는 건강보험 관련 회의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대가로 40만달러(약 4억5000만원)를 받기로 했다. 오바마는 2009년 취임하자마자 월가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부른 자들이 책임도 지지 않고 고액 연봉과 보너스를 받는 탐욕스러운 행태를 꼬집어 ‘살찐 고양이’라고 비난했다. 폭스는 오바마를 위선적이라고 지적했다.


여론을 의식해서였을까. 오바마가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시카고의 ‘여름 일자리 프로그램’에 200만달러를 기부했다고 3일(현지시간) CNN 등이 보도했다.


■ 레이건 강연료 ‘최고액’


미국 대통령들은 퇴임 뒤 주로 고액 강연과 회고록 등으로 많은 돈을 벌어들인다. 강연료만으로 억만장자가 되는 전직 대통령도 있다. 하지만 ‘터무니없이 많은 돈을 가져간다’ ‘영향력을 돈벌이에 이용한다’는 비판에서 늘 자유롭지 못하다.


임기가 끝날 때쯤 인기가 없었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도 퇴임 후 3년 만에 연설로만 150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부시의 회당 강연료는 최소 10만달러에서 17만5000달러에 달한다. 매년 20~30차례, 2009년 퇴임 이후 지금까지 최소 200차례 강단에 섰다. 지난 3월에는 재임 중 참전했다가 다친 장병들을 그린 초상화 책 <용기의 초상화>를 출간했다. 퇴임 후 3번째 집필이다. 이 책에 실린 그림들로 전시회도 열고 북토크도 열었다. 아버지 조지 H W 부시도 퇴임 후 다양한 수익활동을 했다. 암웨이, 초이스호텔, 광산채굴회사 배릭골드 등 다양한 분야 기업들의 강연에 나서 돈을 벌었고, 배릭골드에서는 고문을 지내기도 했다. 그는 재임 첫 해였던 1989년 전직 대통령들의 고액 강연료 돈벌이에 대해 “모든 사람이 다 생계는 꾸려가야 할 것 아니냐”라며 두둔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퇴임 당시 성추문 등과 관련한 각종 법정소송 비용으로 500만달러의 빚을 졌다. 하지만 회고록 <나의 인생>을 집필하는 대가로 선인세만 1500만달러를 받아 한꺼번에 빚을 갚았다. 이후 그는 연설로만 돈방석에 앉았다. 2001~2013년 벌어들인 돈만 1억600만달러(약 1200억원)였다.


전직 대통령들의 고액 강연료는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최고로 꼽힌다. 레이건은 1989년 일본 미디어그룹 후지산케이에서 20분짜리 강연 두 번에 200만달러를 받았다. 후지산케이는 여행경비로 500만달러를 추가 지불했다. 레이건은 퇴임한 지 1년도 안돼 초고액 강연으로 줄기차게 비난을 받았고 이후 강연에 자주 나서지는 않았다.


허핑턴포스트는 고액 강연이나 저술 등 다양한 돈벌이에 나선 첫 대통령으로 제럴드 포드를 꼽았다. 포드는 각종 강연으로 돈을 벌어들였고 1978년에는 세계 최대 기념주화 제조 업체인 프랭클린민트와 계약을 맺고 대통령 메달 세트를 팔게 했다. 반면 해리 트루먼과 캘빈 쿨리지 전 대통령 등은 모든 유혹을 마다하고 검소하게 지낸 것으로 평가받는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도 자주 강연을 하지만 고액 강연은 하지 않는다.


■ ‘브로커’ 된 블레어와 슈뢰더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는 2007년 퇴임 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평화협상을 중재하기 위한 유엔 중동특사로 임명됐다. 하지만 이후 그의 행보는 사업가에 더 가까웠다. 2009년 1월 이스라엘의 가자침공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했을 때 자신이 세운 정치컨설팅회사인 TBA 직원인 조너선 파월을 대동해 물의를 일으켰다. 블레어는 압둘라 당시 사우디 국왕과 회담을 마치고 파월과 함께 중동 최고 부호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알왈리드 왕자를 만났다. TBA는 사우디 왕실과 자문계약을 체결하지는 못했지만 쿠웨이트 정부와 계약을 맺었다. 총리직 사임 후 자주 방문했던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국부펀드 무바달라개발공사와도 자문계약을 맺고 아부다비에 사무실을 열었다.


블레어의 사업은 끝없이 구설에 올랐다. 2011년 리비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의 반정부군 학살을 막기 위해 국제 사회가 공습에 나섰을 때 블레어는 카다피를 구명하기 위해 당시 영국 총리였던 데이비드 캐머런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의혹이 제기돼 의회가 진상 조사를 했다. 2014년에는 사우디 석유회사 페트로사우디와 비밀계약을 맺고 중국 정·재계 주요 인사들과 만남을 주선하는 대가로 돈을 받은 사실이 알려졌다. 그는 평화중재자가 아니라 ‘중동브로커’로서 특사직을 이용했다는 비판을 받고 2015년 특사 자리에서 물러났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도 공직을 돈벌이에 이용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슈뢰더는 2005년 11월 총리직에서 물러난 뒤 한 달도 안 돼 러시아의 에너지 산업에 발을 들였다. 그는 ‘북유럽가스관컨소시엄(NEGP)’의 회장 격인 감독위원회 의장을 맡았다.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가스프롬이 51% 지분을 가진 이 컨소시엄은 발트해를 통해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유럽으로 공급하기 위해 설립된 것으로 슈뢰더의 총리직 재임 중 성사됐다.


독일에서는 “슈뢰더가 돈에 팔려갔다”는 원색적인 비난이 쏟아졌다. 그동안 슈뢰더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정부의 민주화 후퇴와 체첸 인권을 거론하지 않은 것도 다 이 자리를 맡기 위해서였다는 지적도 나왔다. 독일, 영국 등 서방 언론들은 가스 수출량을 조절하며 서유럽에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러시아가 슈뢰더를 영입해 외교적 마찰을 줄이려는 시도로 분석했다.


■ 국가원수의 연봉은 얼마?


국가원수들 중 가장 높은 연봉을 받는 사람은 누굴까. 온라인 매체 24/7월스트리트가 지난해 군주들을 제외하고 발표한 각국 지도자 연봉순위에 따르면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가 232만싱가포르달러(약 18억8200만원)로 1위였다. 싱가포르의 1인당 국내총생산 8만3000달러와 비교해봐도 높은 액수다. 싱가포르 정부는 부정부패를 근절한다는 이유로 공무원들에게 거액의 봉급을 주고 있다.


2위 렁춘잉(梁振英) 전 홍콩 행정장관의 연봉은 450만홍콩달러(약 6억5700만원)로 리셴룽 총리 연봉의 3분의 1정도였다. 3위는 요한 슈나이더 암만 스위스 대통령으로 44만5000스위스프랑(약 6억원)을 받는 것으로 집계됐다. 오바마는 40만달러로 4위에 올랐다. 지난해에는 상위 20위까지만 공개했기 때문에 박근혜 전 대통령은 리스트에 포함되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은 2015년에는 1억9640만원을 받아 18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