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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차베스 후계자’ 마두로 최대 정적 된 ‘차베스 지지자’

대표적인 베네수엘라 친정부 인사이자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의 지지자였던 검찰의 수장이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차베스의 후계자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부상했다. 대법원은 루이사 오르테가 디아스 검찰총장(59)의 불법행위를 찾아내 자리에서 몰아내려 나섰고, 검찰총장은 법원출석을 거부하며 더 강도 높게 정부를 비판하고 나섰다. 마두로 정부 안의 심각한 균열과 적대만 남은 정치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루이사 오르테가 디아즈 베네수엘라 검찰총장이 4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대법원의 청문을 위한 출석 요구를 “불법적 절차”라고 거부하며 헌법책을 들어보이고 있다. 카라카스|로이터연합뉴스

대법원은 4일(현지시간) 정부 측 인사들이 제기한 오르테가 디아스의 불법행위에 대해 청문할 예정이었다. 오르테가 디아스를 검찰총장 에서 물러나게 하고 재판을 받게 할 것인지를 판결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오르테가 디아스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출석을 거부한다고 밝혔다고 엘나시오날 등 현지언론들이 전했다. 그는 “위헌적이고 불법적인 대법원이 진행하는 절차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겉으로는 그럴싸해보이지만 나를 침묵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오르테가 디아스는 자신이 마두로 정부를 비판하면서부터 가족과 친척들이 위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친정부 인사들로 채워진 대법원이 지난 3월 우파 야권이 다수인 의회의 입법권한을 법원이 가져오는 결정을 내리자 헌정질서 파괴행위라면서 마두로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사법부와 정부 기관을 총동원해 오르테가 디아스를 압박하고 있다. 대법원은 오르테가 디아스 총장의 출국을 막고 계좌를 동결했다. 감사원도 금융비리를 적발하려고 검찰청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의회에서도 마두로 세력이 지원사격을 하고 있다. 차베스 정부에서 내무장관을 지낸 페드로 카레뇨 의원은 지난달 의회에 오르테가 디아스의 정신상태를 감정하자는 요청서를 냈다. 또 오르테가 디아스가 검찰총장직을 수행하면서 심각한 잘못을 저질렀다며 대법원에 고발하기도 했다.


집권 베네수엘라연합사회주의자당(PSUV) 의원으로 친정부 인사였던 남편 게르만 페레르는 아내가 이미 지난해부터 야당과의 대화를 거부하고 마구잡이로 반정부 인사들을 잡아들이는 정부에 환멸을 느껴왔다고 말했다. 오르테가 디아스는 정부군의 무차별적인 시위 진압으로 89명이 숨졌다며 비난하기도 했다.


오르테가 디아스는 참여민주주의, 새로운 사회주의 체제를 세우려고 했던 차베스 전 대통령의 지지자였다. 카라카스 지방검찰에서 검사로 일한 2002년에는 차베스 정부에 쿠데타를 모의한 경찰관들에 대한 사건을 맡아 유죄판결을 이끌어냈다. 2007년 차베스 정부에서 검찰총장까지 올라갔고, 2014년 마두로 정부에서 다시 총장에 임명됐다.


오르테가 디아스는 정부에 유리한 수사와 기소로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2014년 야권 주요 인사인 레오폴도 로페스는 폭력선동죄로 징역 14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수사에 참여했던 검사 프랭클린 니에베스는 이듬해 CNN과의 인터뷰에서 증거가 조작됐으며 로페스는 무죄라고 주장했다.


오르테가 디아스가 마두로에게 돌아선 계기는 아직 명확지 않다. 하지만 그는 무력한 야당보다 더 단호하게 법과 절차를 동원해 정부권력에 맞서고 있다. 마두로가 개헌을 위해 추진 중인 제헌의회의 구성절차가 인권과 민주주의를 침해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제헌의회 구성 중단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정치평론가 니크메르 에반스는 AFP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마두로의 전체주의적 야망에 도전하면서 차베스의 민주적 가치를 대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