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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성범죄 더는 못참겠다, 스웨덴서 ‘남자 없는’ 뮤직페스티벌 만든다

스웨덴에서 내년 여름 ‘남자 없는(Man-free)’ 록페스티벌이 열린다. 지난해 영국에서 열린 음악축제에서 여성들만 입장하는 구역을 만든 적이 있지만 축제 전체를 여성들만 입장하도록 하는 것은 이례적다.


5일(현지시간) 다겐스니헤테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남자 없는’ 록페스티벌은 코미디언 엠마 니케어가 지난 2일 트위터로 여성을 성범죄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남자들의 입장을 금지하는 축제를 만들자고 제안하면서 추진됐다. 그는 다음날 “재능 있는 공연기획자들을 끌어모으겠다”고 한 뒤 가수 리네아 헨릭손, 싱어송라이터 율리야 프레이 등을 영입했다. 구체적인 날짜와 장소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



스웨덴 코미디언 엠마 니케어가 지난 1일(현지시간) 막을 내린 국내 최대 음악축제 브로발라(사진)에서 성폭행, 추행 등 성범죄가 잇따른 데 반대하는 뜻으로 내년 여름 여성들만 입장할 수 있는 록페스티벌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브로발라 홈페이지

스웨덴 코미디언 엠마 니케어가 지난 1일(현지시간) 막을 내린 국내 최대 음악축제 브로발라(사진)에서 성폭행, 추행 등 성범죄가 잇따른 데 반대하는 뜻으로 내년 여름 여성들만 입장할 수 있는 록페스티벌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브로발라 홈페이지



니케어가 남자 없는 음악 축제를 만들겠다고 나선 것은 지난 1일 막을 내린 국내 최대 음악축제인 브로발라에서 성범죄 피해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축제가 열린 남동부 위스테르예틀란드주 노르셰핑에서 성폭행 4건을 포함해 총 23건의 성범죄 피해신고가 접수됐다. 지난해에도 유사한 성범죄 피해신고가 잇달았다. 공연주최 측은 피해자들을 위로하고 성범죄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분노가 가라앉지 않자 내년 공연을 취소했다. 지난해 브로발라의 간판출연자였던 영국 밴드 멈포드 앤 선즈는 “여성 관객들에 대한 안전장치가 마련될 때까지 축제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니케어는 현지언론 아프톤블라데와 인터뷰에서 남성의 참여를 금지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의견에 대해 “여성차별은 당연하게 여기면서 남성에게 3일 문을 걸어 잠그는 걸 두고 불공평하다고 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여성들만 입장할 수 있는 음악축제가 스웨덴이 처음은 아니다. 세계 최대 야외 예술축제 중 하나인 영국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은 지난해 여성 관객들만 입장할 수 있는 무대구역인 ‘시스터후드존’을 만들었다. 남성들로부터 성범죄 피해를 입을 걱정 없이 자유롭게 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목적이었다. 시스터후드존을 기획한 에밀리 에이비스는 “여전히 남성들이 지배하고 남성들에게 유리하게 만들어진 세상에서 여성들만의 공간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난해 영국 레딩페스티벌에서 여성 두 명이 성폭행을 당하는 등 음악축제에서 성범죄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5월 영국 28개 음악축제 웹사이트는 축제 안내 대신 성범죄에 단호하게 대처하자는 캠페인을 전면에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