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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주마 시대’ 끝낸 남아공 새 대통령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국회가 지난 15일(현지시간) 집권당 아프리카민족회의(ANC)의 시릴 라마포사 대표(65·사진)를 새 대통령으로 선출했다고 메일앤드가디언 등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남아공의 인종차별 정책 ‘아파르트헤이트’에 저항했던 인물이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2014년부터 제이컵 주마 전 대통령(75) 밑에서 부통령을 지냈으며 국가 전략 기획을 담당하는 국가계획위원회 의장을 동시에 역임했다. 하지만 주마 전 대통령이 끊임없이 수백건의 비리사건에 연루된 혐의를 받고, 경제난이 심화되자 주마의 퇴진을 추진해왔다. 남아공 경찰은 앞서 지난 14일 주마 전 대통령과 유착관계로 내각에 영향력을 행사하며 정부 발주사업을 다수 따내는 등 국정농단 주범으로 지목된 인도계 재벌 굽타 가문의 집을 압수수색했다. 2009년 5월부터 8년 넘게 대통령직을 수행해온 주마는 각종 비리 의혹과 8차례 불신임 투표에도 끄떡도 안 했지만 당의 사퇴 압력이 거세지자 이날 사임했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1970년대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할 때부터 흑인차별 정책에 반대하는 학생운동을 벌였다. 1974년에는 11개월 수감생활을 하고 1982년에는 전국광산노조(NUM) 사무총장을 맡으며 파업을 주도했다. 1990년대 ANC 사무총장으로 백인 정권과 협상을 벌여 흑인에게 투표권을 주는 새 헌법을 마련하는 등 민주화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1997년 ANC 대표 경선 패배 후 기업가로 변신해서도 큰 성공을 거뒀다. 에너지, 부동산, 은행 등 다양한 분야에 투자해 부를 쌓았으며 현재 그의 자산은 5억달러로 추정된다.


그는 16일 국정연설에서 국민영웅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에 대한 기억을 환기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할 일은 희망과 부활의 순간을 붙잡고 국민의 삶에서 의미 있는 차이를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라마포사는 민주화운동을 공통분모로 만델라 전 대통령과 두터운 친분을 쌓아왔다. 1990년 2월 만델라가 감옥에서 나왔을 때는 환영위원장을 맡았다. 만델라는 후계자로 라마포사를 선호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라마포사 정부의 국정 최우선 과제는 적폐청산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남아공은 새 여명을 맞았다”면서 “공공기관에서의 부패물결을 뒤집기 위해 맞서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부패로 낙인찍힌 주마 전 정권과 거리두기로 분석된다. 하지만 부패수사가 빨리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자칫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