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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시계, 코소보·세르비아 분쟁에 6분 느리게 돌아갔다…왜?

유럽 각국 전자기기에 표시되는 시간이 세르비아와 코소보 자치정부 간 분쟁때문에 늦어진 것으로 나타나 양측 관계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유럽 통합전력망 운영 기관인 유럽송전시스템운영자네트워크(ENTSO-E)가 7일(현지시간) 양측 분쟁으로 유럽 내 안정적인 전력공급은 물론 공동전력망을 사용하는 기기의 시간 표시에 문제가 생겼다고 밝혔다. 디지털 라디오 알람, 전자레인지 등 유럽통합전력망 주파수에 따라 시간이 동기화되는 기기들의 시간이 6분 가량 늦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코소보·세르비아는 물론 포르투갈, 그리스, 독일 등 유럽 25개국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ENTSO-E에 속하지 않은 영국, 북유럽 일부 국가는 피해를 입지 않았다.


전자기기 표시 시간이 늦어진 직접적인 원인은 코소보에서 전기를 초과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유럽통합전력망을 사용하는 전자기기들은 표준 주파수를 유지할 만큼 전력이 공급되지 못하면 주파수가 떨어지고 인식하는 시간이 느려진다. 반대로 전력이 더 많이 공급돼 주파수가 높아지면 시간은 빨리가게 된다. 코소보는 유럽통합전력망의 전기를 끌어다쓰기만 하고 표준 주파수 50㎐를 유지할 수 있을 만큼의 전력은 생산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코소보는 지난 1월부터 현재까지 총 113기가와트시(GWh) 전력을 초과로 사용했으며 통합전력망 주파수는 49.996㎐로 떨어졌다. 이에 상응해 기기가 인식하는 시간은 약 6분 늦어졌다.


ENTSO-E는 기술적인 문제는 몇주면 해결한다면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유럽 기관들과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건의 본질은 세르비아·코소보 자치정부 간 정치적인 갈등이라고 보는 것이다. 세르비아와 코소보 모두 유럽연합(EU) 가입을 원하지만 EU는 양측의 관계개선이 먼저라며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국제적으로 코소보에서 전력 수급 불균형에 대한 책임은 세르비아에 있다. 코소보는 알바니아계가 주도해 2008년 세르비아로부터 독립을 선언했지만 유럽 남동부 일부 나라들에서만 정식 국가로 인정받고 있다. 코소보는 앞서 신 유고연방으로부터 분리·독립을 요구하며 벌인 내전이 1999년 종식된 이후에도 실종자 관련 미제 사건 해결 등을 세르비아에 요구하며 정치적인 긴장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전력초과 사용이 일어난 지역은 코소보 자치주 북부지역이다. 이 지역은 1999년 내전 종식 이후에도 세르비아계가 다수를 점하고 있다. 세르비아계는 코소보 정부가 생산하는 전기를 소비하기만 할 뿐 코소보 자치정부에 사용료를 제대로 지불하지는 않고 있다. 이날 세르비아 전력업체 EMS는 코소보 정부가 지난 1월부터 갑자기 전력공급업체들을 철수시키면서 유럽통합전력망에 전력생산이 중단됐다며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세르비아와 코소보는 2015년 전력망을 함께 운영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유고연방 시절 코소보 지역에 만들어진 전력망 소유권을 두고 대립하며 합의 내용을 지키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