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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봤어? 


요즘 지인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입니다. 싸이의 'Gentleman'을 두고 하는 소리가 아닙니다.   


조용필의 'Bounce'가 화제입니다. 벅스뮤직 차트,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까지 1위를 차지했는데요. 기사 조회수에서도 조용필은 따끈따끈한 키워드였습니다. 17일 조용필 관련 뉴스는 보스턴 테러, 낸시랭 기사를 가볍게 제치고 최다 조회수를 기록했습니다. 


아무리 아이돌 판이라고 해도 영미 음악시장은 거장의 지분이 아직도 남아있습니다. <Reality> 이후 10년 침묵을 깨고 나온 데이비드 보위의 새 앨범 <The Next Day>는 단숨에 영국 음반 차트 1위에 등극했습니다. 그의 나이 66세. 지독한 늙은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세월의 흐름 앞에 글램록의 화신도 어찌할 수 없었는지 아직까지 화려한 비주얼은 선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예스, 핑크 플로이드로 대표되는 프로그레시브, 탄탄한 연주를 앞세운 레드 제플린 같은 엘리트 록 문화에 대한 안티테제로서의 글램록은 살아있습니다. 헐렁한 로큰롤, 퇴폐적인 분위기의 소울, 쿨한 훵크는 연륜을 더해 노련하기까지 합니다.


접근방식이 예전 그대로입니다. 음악적 정체성을 버리거나 트렌드에 맞춰 급격한 변신을 감행하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겠죠. 거장의 웰메이드 음악에 대한 존경과 대우, 그리고 음악 소비의 다양성이 전제된 시장이 영국엔 아직도 남아있습니다. 밴드 결성 50주년을 맞은 롤링스톤스의 록 페스티벌 참가 소식은 여전히 '핫'한 뉴스입니다.





한국은 상황이 다릅니다. 거장을 존경하고 대우하나 그건 립서비스일 뿐 실제 음원 및 음반 소비로 이어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한국 대중음악의 전설들은 새 음반 발표대신 공연이나 트리뷰트 앨범 판매 등 추억을 파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연기나 방송진행이 부업이 아닌 주업이 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조용필의 새 앨범 <Hello>는 그래서 반갑습니다. 사실 조용필은 꾸준히 자기 혁신을 해왔습니다. 물론 최근 저작권 문제로 불편한 사이가 알려진 지구레코드에 묶여 있을 때는 평단으로부터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습니다. 저작권 관련 기사는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저평가의 근거는 백화점식 앨범 구성입니다. 세일즈 포인트를 만들기 위해 자신의 음악적 근간인 록과 어울리지 않는 트로트와 민요까지 껴안은 결과였습니다. 지구레코드와의 계약이 끝나고 자유의 몸이 됐을 때 조용필은 훨훨 날았습니다. 그와 관련된 자세한 이야기는 저의 다른 블로그 글, 조용필처럼을 참고하세요.


단언컨대 이번이 조용필의 자기 혁신 시리즈 중 압권이 될 것입니다. 조용필이 모던록을 시도할 것이란 얘기는 미리 들어 알고 있었습니다. 재밌는 시도이긴 하나 젊은 사운드를 빌려오는 수준에 머물지 않을까 지레 짐작하며 크게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럴수 럴수 이럴수가!

그의 나이 64세에 사춘기 소년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사뿐한 발걸음을 닮은 피아노, 수줍은 목소리, 청량한 기타톤이 이 봄에 딱입니다. 버스커 버스커가 긴장해야할 정돕니다.


노랫말은 또 어떤가요.


"처음 본 순간부터 네 모습이 내 가슴 울렁이게 만들었어. Baby You're my trampoline. You make me bounce bounce"


베이비라뇨, 너는 나의 트램폴린이라뇨!


사운드와 감성까지 고스란히 젊은이의 그것입니다. 어르신들이 들으면 손발이 오그라들지도 모르겠습니다.

 


신세대들은 즉각 조용필의 변신에 반응하고 있습니다. 손발이 오그라드는 것 따위야 두렵지 않은 '귀요미' 아저씨에게 반했습니다. 소녀시대의 태연은 인스타그램에 'Bounce'를 듣고 있다는 멘션과 사진을 올렸습니다. 빅뱅의 태양은 트위터에 "조용필 선배님 미리듣기 음원이 이렇게 좋을 수가. 심장이 바운스바운스"라고 멘션을 남겼죠. 네, 제 심장도 두근두근댑니다.


조용필의 '귀요미' 변신일까요. 아닙니다. 사실 조용필은 산울림 만큼은 아니더라도 동요적 감수성, 사춘기 소년의 감수성을 일찍이 품고 있던 뮤지션입니다. 경쾌한 뉴웨이브 사운드를 실험한 '단발머리', 토속적인 프로그레시브 사운드지만 동요적인 노랫말을 선보인 '못찾겠다 꾀꼬리'까지. 


결정타는 엄마를 애타게 찾던 '고추잠자리'입니다. 가수 신승훈은 2000년, 데뷔 10주년을 맞아 7집을 준비하면서 '고추잠자리'를 떠올렸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고백을 잠시 들어볼까요.





어릴 때 나를 흔들었던 '고추잠자리'가 또 다른 인연으로 다가왔다. 디스코풍의 노래를 만들고 가사를 쓰던 중 자연스럽게 "엄마야"가 떠올랐는데 주변 반응이 좋지 않았다. "엄마야"라는 말을 노랫말로 쓰기에 조금 이상하지 않냐는 것이었다. 


...(중략)...


선배가 이 노래를 불렀을 때 "엄마야"라는 단어가 이상하거나 낯설게 들렸었는지 생각해봤다. 이상하기는커녕 되레 새로운 감각을 일깨워준 가사임에 틀림없었다. 그리고 자신 있게 새 노래에 '엄마야'를 집어넣었다. 그 노래가 히트곡 중 하나인 '엄마야'다. 제목만으로도 당당함이 느껴지는 노래라고 자신한다. 


이 노래도 '고추잠자리'처럼 누군가에게 추억을 되새길 수 있게 한다면 더 이상 기쁨이 없겠다. '고추잠자리'는 한마디로 모든 이를 추억에 빠져들게 하는 노래의 힘을 깨우쳐준 노래다. 내가 소신 있게 음악을 할 수 있게 해준 받침돌이기도 하다.



딕펑스가 부른 '고추잠자리'




13년 세월을 건너 조용필은 후배의 오마주에 화답하기라도 하듯 'Bounce'를 선보였습니다. 


데이비드 보위? 음악성을 떠나서 과감한 변신을 택한 조용필이 한 수 위라고 생각합니다. 음악은 대중과 끊임없이 입을 맞추고 교감을 나눠야 하는 장르입니다. 호흡하지 않는 음악, 팔리지 않는 음악은 자기 혼자 해야죠. 전설이라는 이름 아래 박제가 되느니 위대한 귀요미로 살아갈 길을 택한 조용필에게 존경과 아낌없는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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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효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