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팝스타 니키 미나즈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여성 인권 향상, 동성애, 표현의 자유를 지지하는 의미로 오는 18일(현지시간) 사우디 서부 항구도시 제다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음악축제 공연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이번 축제의 흥행보증수표로 여겨졌던 미나즈의 공연 취소 결정으로 자국민 인권은 탄압하면서 왕실 이미지 개선에만 혈안인 사우디의 민낯만 더욱 부각되게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미나즈는 9일 AP통신에 보낸 성명에서 “사우디 팬들에게 공연을 보이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스스로 관련 논쟁들에 공부한 뒤 여성 인권, 동성애, 표현의 자유에 대한 나의 지지를 명백히 밝히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5일 미나즈에게 사우디 공연을 취소할 것을 요청하는 공개 서한을 보냈던 미국 뉴욕의 시민단체 ‘인권재단(HRF)’은 이날 미나즈의 결정을 두고 “자신들의 정권 홍보에 이용하려는 사우디의 뻔한 수작을 거절한 사려깊은 결정에 감사한다”면서 “다른 축제 출연자들도 미나즈를 따르길 바란다”고 밝혔다.
미나즈의 공연 취소 결정은 지난해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으로 사우디 공연에 대한 국제적인 비난 여론이 거세진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미나즈는 2015년 국제 인권단체들의 비난 여론에도 앙골라 조제 에두아르두 두스산투스 대통령의 딸 이자벨 두스산투스가 소유한 회사 유니텔이 주최한 축제에 나선 적이 있다. 당시 인권단체들은 두스산투스 정권의 30년 넘는 장기 독재, 부정부패, 반정부 여론에 대한 무차별 탄압을 비판했다. 그럼에도 미나즈는 이자벨 두스산투스와 함께 찍은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며 “이자벨은 세계에서 8번째로 돈이 많은 여성이다”면서 “그는 나에게 엄청난 자극제다”라고 썼다.
사우디가 미나즈의 공연을 허락했을 때부터 내부에서는 모순적인 행태라는 비판이 끊이질 않았다. 당장 자국 여성들은 전신을 가리는 아바야 같은 의상으로 구속하면서 과감한 노출을 즐기는 미나즈를 초청한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됐다. 미나즈는 큰 엉덩이를 매력 포인트로 내세우며, 엉덩이를 빠르게 위아래로 흔드는 춤인 트월킹을 자주 선보인다. 일부 온라인 게시판에는 아바야를 입은 미나즈의 합성 사진이 올라오기도 했다. 사우디에서 최고 사형에까지 처해질 수 있는 동성애를 지지하고 동성애자 축제에 모습을 드러냈던 미나즈를 초청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주요 외신들은 사회·문화부문 규제를 완화하며 사우디에 개방 국가 이미지를 입히려는 왕실의 전략이 한계에 부딪쳤다고 분석했다. 사우디는 지난해 상업영화관 영업 금지를 35년 만에 깨고 할리우드 영화 <블랙 팬서>를 수도 리야드의 영화관에서 틀었다. 최근 몇 달간 사우디에서 공연한 뮤지션들도 급격히 늘었다. 머라이어 캐리를 비롯해 엔리케 이글레시아스, 블랙 아이드 피스, 션 폴, DJ 데이비드 게타 등 쟁쟁한 뮤지션들이 다녀갔다. 사우디는 지난해 6월 여성 운전도 허용했다. 하지만 사우디 실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의 탈석유·산업구조 다각화 비전에 따른 규제 완화일 뿐 실제 개방 사회로 나아가려는 노력은 아니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AP통신은 “카슈끄지 살해 사건으로 사우디의 잔혹한 면모가 다시 드러났다”면서 “여성의 운전할 권리를 주장했던 인권활동가들을 구금하고 고문한다는 의혹은 끊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