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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외곽 반군거점 지역인 동구타에서 지난 23일(현지시간) 정부군의 공습으로 피어난 연기가 구름처럼 솟아오르고 있다. 정부군은 이날까지 6일 연속 공습을 퍼부었으며 민간인 32명이 사망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4일부터 즉시 30일간 휴전토록 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지만 정부군은 이튿날인 25일에도 공습을 퍼부어 최소 9명이 숨졌다. 구타 | AFP연합뉴스


시리아 정부군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30일간 휴전 결의안이 채택된 바로 다음날인 25일(현지시간) 다시 수도 다마스쿠스 인근 반군거점인 동(東)구타 공습에 나섰다. 이날 공습과 지상 군사작전 전개로 최소 9명이 숨지고 31명이 다쳤다고 알자지라 등이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현지 의료진의 말을 인용해 동구타 외곽에 염소가스를 담은 폭탄이 떨어지고 어린아이 한 명이 질식사하는 등 화학무기 사용도 의심된다고 보도했다.


시리아 정부군의 막가파식 행보는 시리아 사태 해결의 중재자 역할을 하는 러시아가 사실상 시리아 정부군의 만행에 눈감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물론 미국, 터키, 이란 등 시리아 사태에 개입하고 있는 국가와 세력들이 서로 잇속만 챙기려 들면서 시리아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혼란스러워졌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러시아 대 미국, 터키 대 쿠르드, 정부군 대 수니파 반군, 이란 대 이스라엘 등 크게 보면 4가지 전선이 시리아를 흔들고 있다.


■ 러시아 대 미국


러시아는 유럽에 언제든지 출격할 수 있는 기지를 구축하기 위해 시리아 내전에 개입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러시아는 지중해를 면한 시리아 북서부와 남서부에 각각 공군·해군기지를 구축하며 1차 목표를 달성했다. 지난해 1월에는 타르투스 해군기지에 전함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을 2배로 늘리기로 하고, 7월에는 흐메이밈 공군기지를 향후 49년간 더 쓰기로 시리아와 합의했다.


러시아는 시리아 정부를 말리기는커녕 동구타에 알카에다 연계 조직이 반군이라는 이름으로 활개친다며 시리아의 공습 재개에 명분을 만들어줬다. 러시아는 테러조직뿐만 아니라 이들에게 협력하는 세력들은 휴전 예외 대상으로 둬야 한다며 유엔 휴전 결의안에 조건부 합의했다. 동구타 주요 반군인 ‘자이시 알이슬람(이슬람 군대)’과 ‘파일라크 알라흐만(라흐만 부대)’은 휴전 결의를 이행하되 정부군 공격을 받는다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를 비난하는 미국도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다. 대테러전 명목으로 쿠르드족 민병대를 지원하고 간간이 공습작전을 벌이기도 했지만 내내 지상군 투입을 머뭇거렸고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 간 싸움에는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앞세웠다. 시리아 사태 장기화의 근본적인 원인이 내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문제를 알고도 방치하고 있던 셈이다. 시리아 정부군이 명목상으로는 많은 영토를 회복한 것처럼 보이지만 일부 무장군벌세력에 자치권을 주고 떠넘기는 등 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위험요소는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미국이 잇속만 챙기려 들며 사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정부는 대테러전이 거의 끝나가는 상황에서 지난달 쿠르드족이 주축인 약 3만명 규모의 국경보안군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국경보안군 창설은 시리아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척후병 삼아 러시아·이란의 군사적 움직임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본다. 하지만 의도와 상관없이 쿠르드족 세력 확장을 극도로 경계하는 터키로 하여금 군사작전을 벌이게 해 전선만 더욱 복잡해졌다.


25일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외곽 동구타의 한 마을에서 화학무기로 의심되는 정부군의 공격을 받은 아이들이 치료를 받고 있다. 동구타 | EPA연합뉴스


■ 터키·수니파 반군 대 쿠르드·시리아 정부군


터키는 쿠르드계 테러리스트 세력을 뿌리 뽑겠다면서 한 달 넘게 시리아 북부 아프린 공습을 이어오고 있다. 터키는 러시아·이란에 이어 시리아 사태 해결 중재자로 가장 나중에 뛰어들었다. 다른 나라들처럼 시리아의 안정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쿠르드족 견제 등 자국의 이익을 위해 사태에 개입했다. 그 사이 쿠르드족 민병대는 대테러전에서 성과를 내며 북동부 만비즈 등을 중심으로 영역을 넓혀 나갔다. 터키는 자국 내에서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쿠르드족 무장정파 쿠르드노동자당(PKK)과 손잡고 국경에 큰 세력권을 형성할 것을 우려한다. 시리아에도 이라크처럼 자치정부가 들어선다면 더 큰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터키는 대테러전이 막바지에 다다르자 드디어 속내를 드러냈다.


터키는 쿠르드족을 소탕한다면서 수니파 반군과 손잡고 아프린과 북서부 이들리브주 등에서 군사작전을 벌이는 등 시리아 정부를 자극했다. 보다 못한 시리아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은 자기 세력을 무너뜨리려는 미국이 지원하는 쿠르드족 군대를 보호하기 위해 아프린에 속속 정부군을 집결시키고 있다. 미국이 지원하는 쿠르드가 맞서 싸우는 터키는 미국의 동맹국이자 러시아 서진을 막아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일원이다. 이제 누가 아군이고 적군인지 분간하기도 힘든 상황이 됐다.


터키군과 시리아 반군은 수니파라는 공통점으로 묶여 있다. 시리아는 시아파가 정권을 쥐고 정부 요직을 독점하고 있지만 국민 다수는 터키와 마찬가지로 수니파다. 터키는 6일째 계속된 시리아 정부군의 반군 거점 공습으로 지난 23일 사망자가 400명 넘게 불어나자 발벗고 나서 러시아와 이란에 시리아를 말리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다른 반군 거점인 북서부 이들리브주에 대한 시리아군의 군사작전은 중재국 간 협정 위반이라며 러시아·이란을 더욱 압박했다.


터키의 공습에 쿠르드족이 격렬히 저항하고 시리아 정부군까지 끌어들이면서 싸움은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터키가 일부 공습, 전투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악천후 등으로 고전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자칫 터키의 공습이나 군사작전이 아프린에 집결한 시리아 정부군에 피해를 입힐 경우 전면전으로 치달을 가능성까지 생겼다. 하지만 전선이 복잡하게 꼬이면서 전면전이 발생하더라도 미국과 러시아가 개입해 혼란 상황을 수습할 여지는 그만큼 줄어들었다.


■ 이란 대 이스라엘


이란과 이스라엘은 당장 시리아 내전과 터키·쿠르드 대결 구도에서 한 발짝 물러나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오랜 양국 간 갈등과 적개심은 언제든 시리아를 더욱 큰 혼란으로 몰고 갈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란은 시리아를 교두보 삼아 이라크·시리아는 물론 이스라엘에 적대적인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있는 레바논까지 연결되는 시아파 벨트를 구축하려 한다. 시리아에는 이란이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체제 수호를 위해 창설한 최정예 부대 혁명수비대도 주둔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시리아 상황을 주시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란은 지난 1년간 이스라엘과 시리아 접경지역 인근에 군기지를 건설 중이다. 이스라엘은 이란이 복수의 기지에서 헤즈볼라로 이송되는 GPS 유도 미사일을 제작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란의 군사적 위협을 이유로 이스라엘까지 시리아 사태에 개입한다면 전선은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해질 수 있다. 이스라엘은 이란이 시리아 깊숙이 들어와 진지를 구축하고 이스라엘의 군사력을 시험하려 한다고 본다. 약점을 파악하고 언제든 군사행동에 나설 기회를 본다는 것이다. 지난 10일에는 이란이 운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무인정찰기가 영공을 넘어왔다며 시리아 내 이란 군사시설을 타격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시리아 방공미사일에 F-16 한 대가 격추됐다. 이스라엘군은 곧장 시리아 남부 군기지를 보복공격해 방공포대 3곳을 포함해 최소 12개 진지를 공격했다. 1982년 시리아 공습 이후 최대 규모의 공습이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스라엘 영공에서 무인정찰기 운용 등 이란 도발이 계속 이어질 경우 이란 본토를 때릴 수도 있다며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다. 비리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을 위기에 처한 네타냐후가 이란과 전면전을 벌일 상황은 아니다. 앞으로 추가 공습 등에 나서더라도 시리아 내 이란 군사시설 타격 등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시리아와 이란 내 자국 군사시설의 훼손을 막으려 러시아 정부가 나선다면 전선은 확대되고 시리아에서 무력충돌 수위는 더욱 높아질 수 있다.

Posted by 박효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