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카르텔 범죄를 끈질기게 보도해온 멕시코의 저명 언론인이 괴한의 공격을 받고 숨졌다. 탐사보도 주간지 리오도세의 설립자 겸 기자 하비에르 발데스(사진·50)가 15일(현지시간) 북부 시나올라주 주도 쿨리아칸의 회사 근처 도로에서 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됐다고 라호르나다 등 멕시코 언론들이 보도했다. 목격자들 증언에 따르면 발데스는 괴한들로부터 차에서 끌려나와 수차례 총격을 당했다. 현지언론들은 마약 카르텔의 보복 공격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발데스를 포함해 올해 들어서만 멕시코에서 6명의 기자가 살해됐다.
이날 주검찰은 보복공격 등 가능한 모든 살해동기들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엔리케 페냐 니에토 대통령은 트위터에 “우리는 민주주의에 근간이 되는 언론·표현의 자유를 위해 헌신하겠다고 다시 한번 말한다”고 썼다. 하지만 정부가 얼마나 의지를 가지고 기자 살해 사건을 파헤칠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많다.
발데스는 주로 마약거래와 조직범죄, 그것이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 등을 추적해왔다. 그가 만든 리오도세는 멕시코에서 유일하게 시날로아 카르텔과 그 두목 호아킨 구스만의 행방을 보도해 온 매체다. 발데스는 조직범죄단과 언론의 관계를 조명한 <나르코스 저널리즘>, 어렸을 때부터 마약 카르텔에 발을 담그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나르코스의 아이들> 등의 책을 쓰기도 했다. 전국지 라호르나다의 통신원이었으며 AFP통신의 비상근 통신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AFP는 이날 성명을 내고 발데스 가족에게 애도를 표했으며 멕시코 당국에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언론인보호위원회(CPJ) 멕시코 지부 대표 한알베르트 후트손은 “발데스와 리오도세는 시나올라주에서 보기 드문 탐사보도 저널리즘의 원천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발데스가 늘 살해위협에 시달렸다고 전했다. 2009년 9월에는 괴한들이 리오도세 사무실에 수류탄을 던지기도 했다. 다행히 부상자는 나오지 않았다. 괴한들은 여전히 잡히지 않았지만 보복공격일 가능성이 높다. 이 사건은 멕시코의 시우다드후아레스 마약 카르텔이 고용한 살인청부업자의 고백을 다룬 기획기사 시리즈가 끝난 지 며칠 뒤에 벌어졌다. 그럼에도 발데스의 탐사보도는 계속됐다.
CPJ는 2011년 그에게 언론자유상을 수상했다. 마약 카르텔과 조직범죄단의 극악한 폭력에 자기검열이 일상이 된 나라에서 그가 여전히 민감한 이슈들을 다루고 있다고 수상 이유를 밝혔다. 발데스는 당시 수상소감을 말하면서 <나르코스의 아이들>을 통해 전달하려던 메시지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는 “멕시코 아이들의 DNA는 총과 피로 물들고 있다”면서 “우리는 우리 미래의 살인자가 됐다”고 말했다.
멕시코는 기자들의 무덤으로 불린다. CPJ 집계에 따르면 1992년 이래 40명의 기자가 살해됐다. 주로 치안이 허술한 지방지 기자들이 타깃이 되지만 2012년 살해된 레히나 마르티네스 페레스, 지난 3월 총격을 받고 숨진 라호르나다 통신원 미로슬라바 브리치처럼 거물급 언론인들이 표적이 되기도 한다.
CPJ는 멕시코에서 언론인 살해범은 잘 처벌받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유죄 판결이 나는 경우에도 보도와 범행동기 간 연관성은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AP통신은 CPJ 대표단이 페냐 니에토 대통령까지 만나 이 문제를 논의한 지 채 2주도 안 돼 사건이 벌어졌다면서 정부의 해결의지에 의문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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