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이 태국 정부로부터 왕실모독,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 내용 등을 담은 게시물 접속을 차단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정부가 법원명령을 전달하고 지난 16일 오전 10시까지 해당 게시물 24개의 웹주소 접속을 막으라고 했다고 더네이션 등 태국 언론들이 전했다. 정부가 접속 차단을 요구한 게시물이 무엇인지 알려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배꼽티를 입은 국왕의 영상이 널리 퍼지자 정부가 페이스북에 데드라인까지 제시하며 단속에 나선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된다.
지난달 13일 처음 공개된 44초짜리 영상에서 마하 와찌랄롱꼰 국왕은 배꼽티를 입고 한 여성과 함께 독일 뮌헨의 한 쇼핑몰을 돌아다니고 있다. 짧은 배꼽티에 등과 팔, 배 등에 새긴 문신이 훤히 드러났다. 국왕은 여성과 대화를 나누다 아이스크림 가게에 들르기도 했다. 영상 조회수는 45만8000뷰에 달한다. 현재 태국 내에서는 접속이 차단됐다.
접속 차단 요구는 명목상으로는 왕실모독죄에 따른 국내법 집행이지만 왕실과 군부가 자신들에게 불리한 내용을 삭제하고 정적들의 비판을 잠재우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영상은 왕실에 비판적인 태국 역사학자 솜삭 지엠티에라사꾼이 올렸다. 솜삭은 현재 프랑스에 산다. 왕실모독죄는 최고 징역 15년에 처해질 수 있다. 정부는 왕실모독법을 위반했다며 해외 거주 자국민에 대한 송환 요구를 하고 있기도 하다.
광대한 네트워크와 공유를 생명으로 하는 페이스북이 각국 정부의 정보정책에 얼마나 협조할 지는 미지수다. 최근에는 명예훼손, 허위정보 유통뿐만 아니라 잔혹범죄 생중계의 창구로 활용되며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달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는 길을 가던 70대 노인이 아무 이유 없이 살해되는 장면이 페이스북에 공개돼 비난을 받았다. 태국에서도 한 남성이 딸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장면을 방송해 충격을 줬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고 있다. 이미 태국 정부가 제시한 데드라인인 16일 오전 10시가 넘었지만 어떤 웹주소도 접속을 막지 않았다. 이에 정부는 이달 말까지를 새 데드라인으로 제시하고 자국법상 불법인 게시물 131개의 접속 차단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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