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11개월 된 영국 아기 찰리 가드는 매우 희귀한 유전병을 안고 태어났다. 시각, 청각장애에 자기 힘으로 숨 쉬거나 움직이지도 못하며 간질 발작까지 겪고 있다.
가드가 앓고 있는 미토콘드리아결핍증후군(MDS)은 체내 에너지 생산이 안돼 장기기능이 떨어져 끝내 숨지게 되는 병이다. 전 세계 16명밖에 없는 희귀질환이다. 아직 치료법도 없다. 유럽인권재판소(ECHR)가 지난달 말 치료법이 발견될 때까지 연명치료를 계속하겠다는 부모와 치료를 중단하자는 병원 사이에서 병원의 손을 들어주면서 논쟁이 일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까지 가세했다.
교황은 2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질병으로 고통받는 이들의 생명을 지켜주는 게 신이 우리에게 부여한 사랑의 의무”라고 쓰며 병원의 연명치료 중단에 반대했다. 트럼프도 “영국에 있는 우리 친구들, 교황과 함께 가드를 도울 수 있다면 기쁠 것”이라며 가드 부모 편에 섰다. 교황청이 운영하는 아기예수병원은 런던 병원에 가드를 데려다 치료할 수 있는지까지 물어봤다. 가드의 사례는 1990년부터 식물인간 상태로 지내다 2005년 남편의 요구에 따라 연명치료가 중단돼 사망한 미국 여성 테리 시아보 사건을 연상케 한다. 당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교황청이 연명치료를 계속하라고 요구했으나 법원은 남편의 결정을 받아들였고, 거센 논란이 일었다.
가드를 치료하는 런던의 그레이트오몬드스트리트 병원은 아이의 뇌손상이 심각하고 회복할 여지가 없다며 부모에게 연명치료 중단을 요청했다. 하지만 부모는 미국으로 가 실험적인 치료를 받길 원했다. 접점을 찾지 못한 양측은 소송전을 벌였다. 부모는 1·2심 모두 패했고 지난달 8일 대법원은 병원의 손을 들어준 판결을 확정했다. 지난달 27일 ECHR마저 “실험적 치료도 효과가 없을 것으로 보이고 연명치료는 아이의 고통만 연장시킨다”며 병원 편에 섰다.
교황의 발언이 나오자 버킹엄궁 앞에는 시민 100여명이 몰려들어 병원의 연명치료 중단은 살인이라고 비난했다. 오는 10일 가드의 연명치료는 중단된다. 테레사 메이 총리에게 아이를 다른 병원에서 치료받을 수 있게 해달라는 온라인 청원에는 17만여명이 참여했다. 미국 치료비를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모금사이트에는 130만파운드(약 19억원)가 모였다.
영국법상 아이의 치료 관련 분쟁을 최종적으로 조정할 권한은 법원에 있다. 클레어 글린 케임브리지대 법학교수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2001년 영국에서 태어난 접착 쌍둥이 조디, 메리 분리수술 사례를 들었다. 대동맥이 연결된 채 태어난 쌍둥이는 분리수술을 받으면 좀 더 약한 아이가 숨지고 수술을 받지 않으면 둘 다 숨지게 되는 상황이었다. 부모는 연명치료를 하며 치료가 가능할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했지만 법원은 분리수술을 결정해 수술 도중 메리가 숨을 거뒀다.
지난해 12월 숨을 거둔 호주의 6살 소년 오신 키스코는 정반대 사례다. 악성뇌종양을 앓았던 키스코의 부모는 아이에게 고통만 줄 게 뻔하다며 병원 치료를 거부했고 병원은 화학요법을 권고했다. 법원은 처음에 병원의 손을 들어줬지만 부모가 끝내 거부하자 결정을 뒤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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