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가 더 이상 난민들을 못 받아들이겠다면서 항구를 폐쇄하고, 난민구조선까지 압수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자 서유럽 국가들이 가세해 난민 수용에 인색한 동유럽 압박에 나섰다.
독일과 프랑스는 2일(현지시간) 마르코 민니티 이탈리아 내무장관을 프랑스 파리로 불러 난민위기 해법을 논의했다. 방파제 역할을 해주던 이탈리아가 난민 수용을 거부하면 독일, 프랑스에 풍선 효과가 나타날 수 밖에 없다. 2시간 여 회담 이후 토마스 데메지에르 독일 내무장관, 제라르 콜롱 프랑스 내무장관은 NGO 구조선의 활동을 감시하고 규제하는 이탈리아 정부를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고 라스탐파 등 이탈리아 언론들이 전했다. 3국 내무장관은 유럽연합(EU) 국가들의 난민 분담수용 문제를 논의하고 6일 에스토니아에서 열리는 EU 내무장관 회의에서 동유럽 국가들을 압박하기로 뜻을 모았다.
민니티 장관은 2일 파리 회동을 앞두고 “지중해에서 난민구조활동을 하는 배들은 다양한 나라의 깃발을 달고 있는데 구조된 난민들을 데려오는 곳이 우리나라 항구 뿐이라면 뭔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2014년 이후 이탈리아 항구를 거쳐 유럽에 들어간 난민은 50만명이 넘는다. 특히 지난해 말 터키, 그리스를 거쳐 유럽으로 가는 발칸 루트가 막힌 후 난민이 몰리는 병목 현상을 겪고 있다. 올초부터 현재까지는 약 8만3000여명이 들어왔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19% 증가했다.
지난 한 주에만 약 1만명이 쏟아져 들어오자 이탈리아 정부의 인내심은 한계에 다다랐다. 파울로 젠틸로니 총리는 지난달 28일 “다른 EU국가들이 난민위기를 모른 척하고 있다”면서 다른 나라 구조선이 이탈리아 항구로 들어오는 것을 막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제법상 이탈리아 정부가 해외 구호단체들의 난민구조, 수송활동을 막을 근거는 없다. 국제 해양안전에 관한 협약에 따르면 위급상황을 인지한 배나 해당 수역의 국가가 해상구조에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 국경없는의사회(MSF)와 함께 난민구조활동을 벌이는 ‘SOS지중해’는 AFP와 인터뷰에서 현실적으로 다른 EU국가 항구로 가는 것은 쉽지 않다고 밝혔다. 때로는 1000명도 더 넘는 난민들을 구조하거나 수송해야 하는데 연료를 재공급하기 위해서라도 가까운 이탈리아에 먼저 들러야 한다는 것이다.
이탈리아의 압박은 결국 난민분담수용 의무를 다하지 않는 동유럽 국가들을 향한 것이다. EU는 2015년 발칸 루트를 경유해 터키에서 유럽으로 흘러 들어오는 난민들이 급증하자 터키에 자금을 지원하는 대가로 발칸 루트를 통제하고 동시에 이탈리아와 그리스에 발이 묶인 난민 16만명을 나눠 수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약속은 거의 지켜지지 않았다. 특히 동유럽 국가들이 비협조적이다. 체코는 현재까지 할당된 2000명 난민 중 12명만 수용했으며 헝가리와 폴란드는 한 명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필리포 그란디 유엔난민기구 대표는 “이탈리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극은 현재진행형”이라면서 “이탈리아의 이웃 국가들이 더 많이 도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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