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의원들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을 스웨덴 검찰에 고발했다. 터키 남동부 지역에서 제노사이드(종족말살) 등 전쟁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AFP통신 등은 좌파당의 아니카 릴레메츠, 녹색당의 칼 슐리터 등 의원 5명이 검찰의 국제범죄담당사무소에 에르도안과 비날리 이을드름 총리 등 터키 정부 관료들의 이름이 적힌 고발장을 제출했다고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스웨덴 의회는 2014년 누가, 어디서 범죄를 저질렀는지와 상관없이 반인도 범죄를 처벌할 수 있게 한 법안을 통과시켰다. 스웨덴을 비롯해 스페인, 벨기에 등 세계의 몇몇 나라들이 이런 법률을 갖고 있다. 에르도안은 스웨덴에서 처음으로 이 법에 의해 고발당한 외국 지도자가 됐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면 에르도안을 스웨덴에서 체포할 수도 있다.
터키 남동부는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쿠르드족 무장조직 쿠르드노동자당(PKK)과 터키군의 교전으로 민간인 피해가 끊이지 않는 곳이다. 2015년 양측은 휴전협정을 깨고 전면전에 돌입했다. 지난 3월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는 터키군이 무차별 폭격과 살인 등 심각한 인권유린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고 보고했다. 지난해 초에는 주민 200여명이 물과 음식 없이 지하실에 갇혀 있다가 총에 맞거나 폭격으로 숨졌다. 최대 100만명에 달하는 쿠르드인들이 살던 곳에서 쫓겨났다.
에르도안이 실제 처벌받을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수사가 시작되면 유럽 내 터키인들을 들쑤시며 자신을 지지하는 집회를 열려 하고 유럽국 정부들과 갈등을 빚어온 에르도안의 발을 묶는 효과가 있다. 에르도안은 대통령 권한을 강화하는 개헌 국민투표를 한 달 앞둔 지난 3월 재외국민 표를 모으기 위해 독일 등 유럽에서 연설하길 원했지만 각국 정부는 입국을 거부했다. 지난 8일 막을 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에도 독일 정부는 에르도안의 대중 연설을 막았다. 소장을 낸 슐리터 의원은 “에르도안이 유럽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멋대로 움직이는 걸 막고 싶다”면서 다른 유럽국들도 동참하라고 촉구했다.
에르도안은 국내에서도 강한 반대에 부딪혔다. 지난 9일 최대 도시 이스탄불의 말테페 해안공원에서 열린 반대시위에 주최 측 추산 200만명이 모였다. 야당은 에르도안 정권이 ‘폭주’하는 계기가 된 쿠데타 진압 1년을 맞는 15일에도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열겠다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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