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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불타는 카라카스...극으로 치닫는 베네수엘라 정정불안



베네수엘라 반정부 시위대가 3일 수도 카라카스 시내에서 국가수비대의 오토바이를 불태우던 중 시위대 중 한명의 몸에 불이 붙었다. 카라카스|AP연합뉴스

살인적인 물가에 먹을 것조차 모자란 베네수엘라에서 정치적 대립은 더욱 극심해져 간다. 의회를 무시한 채 입법권을 가져가겠다고 했다가 제동이 걸렸던 니콜라스 마두로 정부는 3일(현지시간) 야권 반대에도 제헌의회 구성 절차를 계속 진행하겠다고 밝혔고, 반정부 시위대는 격렬하게 맞섰다.


마두로는 이날 수도 카라카스의 선거관리위원회 사무실 밖에서 제헌의회를 구성하기 위한 투표를 몇 주 안에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자들을 향해 “폭력적인 야당에 맞서 평화를 세우려면 제헌의회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국가수비대는 국회로 행진하던 반정부 시위대에 최루탄과 물대포를 쐈고, 성난 시위대는 경찰 차량에 불을 질렀다. 연방검찰은 이달 들어 사흘 동안 시위와 그로 인한 약탈, 교통사고 등으로 5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한 달 넘게 이어져온 반정부 시위로 숨진 사람은 35명으로 늘어났다.


현행 헌법에 따르면 제헌의회는 국민이 직접 선출한 500명의 의원으로 구성된다. 마두로는 그 중 절반을 정치인이 아닌 장애인, 성소수자, 노조 등 각 분야 대표들로 구성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우파 국민연합회의(MUD) 등 야권은 정부의 입맛에 맞는 사람들로 채우려는 술책이라고 비난했다. 또 올해 치러지는 지방선거와 내년 대선에서 참패가 예상되자 정부와 여당이 이를 연기하려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우파 정부도 마두로의 구미에 맞게 정치 룰을 바꾸려는 쿠데타라고 비판했다. 미국 상원은 베네수엘라 관리들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법안을 내놨다.



반정부 시위는 지난달 1일부터 시작됐다. 대법원이 우파 야권에 장악된 의회의 입법권한을 법원이 대신할 수 있도록 결정한 것이 계기가 됐다. 결정은 곧 번복됐지만 야당 지지자들의 분노는 거셌다. 마두로가 제헌의회 구성 계획을 처음 밝힌 지난 1일부터 시위는 더욱 격화됐다.


근본적인 문제는 경제난이다. 마두로는 1일부터 최저임금을 60% 올리고 무상 주택임대를 해주겠다며 성난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식료품 보조금 등으로 매달 1인당 최소 20만 볼리바르를 더 주겠다고도 약속했다. 하지만 살인적인 물가상승률에 비하면 실효성이 떨어진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말까지 인플레가 720%에 달하고, 내년에는 2068%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마두로가 약속한 소득 증가분 20만 볼리바르는 암시장 환율로 치면 50달러(약 5만7000원)밖에 안 된다. 화폐가치는 급격히 떨어졌고 시장 상인들이 지폐를 세는 대신 무게를 달아 값을 가늠하는 풍경은 이제 일상이 됐다. 강도와 약탈도 늘었다.


마두로는 TV에 출연해 측근들과 야구를 하는 모습, 아내와 데이트하는 장면, 힙합 그룹과 랩을 하는 것 등을 내보내 인간적인 면을 부각하려 하지만 신통치 않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그의 지지율은 20% 안팎에 머무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