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이 주도하는 연합군이 최근 이라크 내 이슬람국가(IS) 거점인 모술 서부 알자디다 지역을 오폭해 민간인 사망자가 대거 발생했다고 인정했다. 이라키뉴스 등 현지 언론들은 25일 연합군이 성명을 내고 오폭 사실을 인정했으며, 17일 공습으로 이날까지 최소 200명 넘게 민간인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이라크 구조당국이 이날도 건물 잔해에서 시신들을 끄집어내고 있어 사망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2003년 이라크를 침공한 이래 최대 민간인 피해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연합군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라크군의 요청에 따라 공습을 했고, IS와 관련 장비들을 타격하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또 “우리의 목표는 민간인 희생자가 없게 하는 것”이라면서도 “IS가 인간방패를 이용하는 등 잔혹한 전술을 쓰고 있기 때문에 이라크에서 작전을 포기할 수는 없다”고 했다.
하지만 언론이 전하는 현장 분위기는 처참했다.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시신 일부는 파란 방수포로만 싸인 채 공동묘지에 매장됐고, 희생자 가족들은 급히 장례를 치러야만 했다. 바스마 바심 모술시의회 의장은 건물 잔해 앞에 서서 “죄없는 여성과 남성, 노인, 아이들의 시신이 뒤로 보이는 집과 가게들 안에 수십구나 있는데 우리는 그들을 구하지 못했다”며 안타까워했다.
미 국방부는 지난 24일 미군의 공습으로 이라크 모술에서 민간인이 대거 사망했는지 여부를 조사 중이라고만 했다. 이날 발표는 리스 그란데 유엔 이라크인도주의 최고위원이 이번 사건의 희생자를 추모하고, 동맹군을 포함한 모든 당사자들에게 민간인 희생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성명을 낸 지 몇 시간 뒤에 나왔다.
모술 전투는 6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지금까지 이 지역에서만 약 6000명의 민간인이 숨진 것으로 추산된다. 이라크인권관측소는 지난 1월부터 모술 서부에서 전투가 시작된 이후 민간인이 3800명 넘게 숨졌다고 밝혔다. 모술 동부에서는 IS 격퇴를 선언한 1월까지 약 2190명의 민간인 희생자가 나왔다.
연합군은 모술 대부분 지역을 IS로부터 되찾았다. 동부는 완전히 장악했고, 서부지역 중 약 절반은 이라크군이 통제하고 있다. 하지만 IS 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가 이슬람 최고지도자 칼리프가 통치하는 국가를 세우겠다고 포고한 알누리 모스크 등 IS의 심장부로 다가설수록 군사작전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IS가 주민들을 인간방패로 삼아 격렬하게 저항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건물 높은 곳에 저격수를 배치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총격을 가하면서 주민들이 탈출하지 못하게 막고 있다. 모술을 빠져나온 주민들은 상수도, 전기공급도 끊기고 어떤 구호식량도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고 내부 실상을 전하고 있다. 구호단체들은 모술 서부에 주민 약 60만명이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추산한다.
이런 상황에서 공습이 이어지면서 민간인 희생자는 갈수록 늘고 있다. 바심 의장은 “지난 한 주 공습으로만 500명 넘게 목숨을 잃었다”고 알자지라에 말했다. 이라크 연방경찰은 “최근 민간인 희생자가 늘면서 더 이상 작전을 수행할 수 없게 됐으며, 그동안 계획했던 것들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이라크 정부가 공습 요청을 좀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개입조항에 대한 규제를 완화한 것으로 보인다는 이라크 관료의 말을 전했다. 하지만 제프 데이비스 국방부 대변인은 관련 규제는 아직 풀리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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