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에서는 지난해 탄핵으로 좌파 노동자당 정부가 축출됐고, 2015년 12월 아르헨티나에는 우파 정부가 들어섰다. 베네수엘라에서는 우고 차베스의 후계자인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연일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 부딪치고 있다. 하지만 오는 24일(현지시간) 퇴임을 앞둔 라파엘 코레아 에콰도르 대통령은 다르다. 물러날 날이 며칠 남지 않았지만 그의 지지율은 여전히 62%다. 10년의 재임 기간 그의 지지율은 50%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다.
지난 19일 스웨덴 검찰은 영국 런던의 에콰도르 대사관에 은신 중이던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안 어산지의 성폭행 혐의 기소를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이튿날인 20일, 코레아 대통령은 어산지를 보호해준 것에 대해 “내 할 일을 한 것”이라 말하며 웃었다. 2007년 취임한 코레아는 대통령 단임제를 4년 중임제로 바꾼 개헌안을 통과시켰고, 새 헌법에 따라 2009년과 2013년 연달아 당선됐다. 임기 중에 정당에 대한 국고 지원을 늘리고 성소수자들과 장애인 투표권을 늘렸다.
긴축재정과 민영화에 반대했고, 국제통화기금(IMF)이 국내정치에 개입하는 것도 거부했다. 에콰도르는 IMF에 140억달러의 빚을 졌는데, 1980년 절반을 갚았고 나머지 부채는 지금도 갖고 있다. IMF는 공공기업 임금을 깎고 긴축재정을 하라고 을러댔지만 코레아 정부는 오히려 노동력 아웃소싱을 법으로 금지했다. 코레아는 20일 “가장 큰 적은 중상주의와 이를 두둔하는 부패한 언론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웃한 콜롬비아나 페루와 달리 코레아 정부는 끝까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지 않았다.
그 대신 코레아는 불평등을 해소하는 데 중점을 뒀다.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거둬들이고 탈세를 막는데 주력했다. 해외도피자본에 세금을 매겨 2012년부터 2015년 사이 10억달러를 거둬들였다. 중앙은행의 해외자산을 국내로 들여오게 했고, 다국적기업들과 맺은 석유시출계약 등을 좀 더 유리한 조건에서 재협상하도록 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국민 절반이 빈곤층이었는데 코레아 취임 뒤 100만명 넘는 사람들이 가난에서 벗어났다. 의료와 교육, 복지 등 공공부문에 대한 과감한 투자 덕분이다. 2007년 170달러였던 월 최저생활임금은 현재 375달러로 늘었다. 남미에서는 최고수준이다. 생필품 비용은 정부가 전부 부담한다. 사회보장연금의 혜택을 받는 가구는 120만 가구 넘게 늘었다. 에콰도르에서는 대학교육까지 무료다. 대학생 수는 25만명이 늘었고, 특히 빈곤층 학생들의 대학 진학이 2배로 늘었다. 아마존 원주민 아이들을 위해 대학을 지어, 원주민 학생들의 학사학위 취득이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의료부문 지출은 2배나 늘렸다. 무상 의료보험에 160억달러를 투입했다. 40년 동안 늘지 않았던 국립병원 13개가 새로 생겼고 18개는 현재 건설중이다. 의사의 검진을 받는 사람 수는 10년 전의 3배가 됐다. 주부들의 가사노동을 노동으로 인정하는 실험도 하고 있다. 의회는 2015년 ‘노동 정의와 가사노동 인정에 관한 법률안’을 통과시켰다. 주부들은 노동자로 인정돼 본인은 물론 가족들까지 신체상해보상과 연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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