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계

미국, 16일 하루 ‘이민자 없는 날’로 살아보니 어때?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반이민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16일(현지시간) 워싱턴 도심 거리를 행진하면서 미국이 얼마나 이민자 노동력에 의존하고 있는지 보여주자며 이날 하루 파업을 독려하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반이민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16일(현지시간) 워싱턴 도심 거리를 행진하면서 미국이 얼마나 이민자 노동력에 의존하고 있는지 보여주자며 이날 하루 파업을 독려하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스페인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살고 있는 유명 셰프 호세 안드레스는 16일(현지시간) 하루 자신이 운영하는 레스토랑 체인점 문을 닫도록 했다. 미국 경제가 얼마나 이민자 노동력에 의존하고 있는지를 보여주자는 ‘깜짝’ 파업 캠페인에 동참한 것이다.


소셜미디어에는 “이민자 없는 날”이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이민자들에게 일체 경제활동을 하지 말도록 독려하는 글이 급속도로 퍼졌다. 취지에 공감하는 모든 사람들이 나름의 방식으로 파업 캠페인에 참여했다고 NBC 등 현지언론들이 전했다. 직장인들은 출근을 거부했고, 쇼핑도 하지 않았다. 학교에 출석하지 않는 아이들도 있었다. 워싱턴, 시카고, 덴버 등 이민자 보호 성소도시를 선언한 지역에서는 트럼프의 미등록 이민자 단속, 반이민 행정명령에 반대하는 시위대 수천명이 거리를 행진했다.


안드레스처럼 트럼프의 반이민 정책에 반대하며 문을 닫는 상점들은 많았다. 차베스 슈퍼마켓 체인은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어리어에 있는 영업점 10개의 문을 닫았다. 뉴욕 스태튼 아일랜드에 있는 카페콘폰의 베이커리들도 이날 문을 열지 않았다. 요식업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제임스 베어드 상을 수상한 유명 셰프 릭 베이리스도 이날 시카고에 있는 식당 대부분의 영업을 중단했다. 베이리스는 크루즈 블랑카, 레나 브라바 2개만 예외로 했는데 이마저도 수익금의 10%를 이민자인권보호단체에 기부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식당 니켈 다이너가 16일(현지시간) 트럼프의 반이민 정책에 반대하는 파업 캠페인에 참여하는 의미로 문을 닫았다. “우리는 모두 이민자입니다”라는 작은 현수막이 걸려 있다. 로스앤젤레스|AFP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식당 니켈 다이너가 16일(현지시간) 트럼프의 반이민 정책에 반대하는 파업 캠페인에 참여하는 의미로 문을 닫았다. “우리는 모두 이민자입니다”라는 작은 현수막이 걸려 있다. 로스앤젤레스|AFP연합뉴스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도 파업에 나섰다. 국방부 구내매점으로 입점해 있는 음식점 체인인 스바로와 타코벨 직원들도 출근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캠페인에 동참했다. 식당 종업원 권리보호단체인 레스토랑조합센터(ROC)는 성명을 내고 캠페인에 동참한 업체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ROC는 성명에서 “이민자들이 미국 사회와 경제, 일상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중요한 사람들인지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ROC에 따르면 레스토랑 업계에 종사하는 노동자 1200만명 중 이민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50%가 넘는다. 특히 뉴욕, 시카고 지역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약 70%가 이민자들이다.

클라우디오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텅 빈 교실 사진.

클라우디오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텅 빈 교실 사진.

학생들도 깜짝 파업에 동참했다.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있는 한 학교의 교사라고 밝힌 클라우디오는 텅 빈 교실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클라우디오는 학생들 대부분은 이민자거나 이민자 가정 출신이라면서 “54명 학생 중에 3명만 등교했다”고 썼다. 그러면서 “텅 빈 교실은 이들이 얼마나 심각한 차별과 조롱에 지쳤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덧붙였다.


미국에서 히스패닉 인구비율이 가장 높은 뉴멕시코주의 교사들은 학생들의 무더기 결석에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 앨버커키 공립학교 교장은 학부모들에게 아이들의 출석을 요구하는 편지를 써서 보냈다. 교장은 편지에서 “아이들은 교육받고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썼다. 앨버커키 공립학교는 이날 파업 시위에 참여하는 학생은 무단결석으로 처리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