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을 존중하고 정치적으로 진보 성향인 도시 캐나다 밴쿠버의 시내 중심가에 지난 28일(현지시간) 69층짜리 트럼프타워가 들어섰다. 시민들은 밴쿠버의 명예가 훼손됐다며 몰려나와 시위를 벌였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업체를 운영하는 두 아들은 건물 개소식에 참석해 아버지의 사업 비전과 건물의 아름다움을 선전하기 바빴다. AP통신은 이날 트럼프타워가 밴쿠버 시민들에게 분노의 표적이 됐다며 흉흉한 민심을 전했다.
시민들은 건물 입구를 둘러싸고 반트럼프 구호를 외쳤다. 미국 대선 당시 자주 눈에 띄었던 문구 “사랑이 증오를 이긴다(Love Trumps Hate)”도 여기저기서 보였다. “트럼프를 버리자(Dump Trump)”라는 문구에서는 노골적인 반감이 드러났다. “벌써 2020년이 된 건가?”라고 되물으며 트럼프가 대통령직 수행 중 사익을 추구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그레고리 로버트슨 밴쿠버 시장은 트럼프 정부의 반이민 정책 등에 반대하는 의미로 건물 개소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로버트슨 시장은 건물에 트럼프 브랜드 이름을 붙이지 못하게 하기 위해 로비활동을 벌였던 인물이다. 트럼프 반대시위에 참여한 케리 장 밴쿠버시의회 의원은 “트럼프라는 이름은 이제 럭셔리한 라이프스타일이 아니라 인종차별주의, 성차별, 불관용의 동의어가 됐다”고 비난했다. 밴쿠버 시민 수 로버트슨은 “아름다운 다문화도시 밴쿠버에 트럼프타워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와 파트너십 계약을 맺은 건물 소유주조차 고통을 호소했다. 주 킴 티아 홀본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지난주 AP통신과 인터뷰에서 쏟아지는 비난때문에 두렵다고 말했다. 주 킴은 트럼프 브랜드 이름을 사용하는 계약은 트럼프가 대선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전에 맺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트럼프의 정치활동에 따른 비난여론때문에 시당국과 불편한 관계를 맺어야만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나는 그들이 내가 계약때문에 갇혀버렸다는 걸 이해해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에릭 등 트럼프의 두 아들은 비나여론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트럼프타워와 건물에 들어선 호텔을 홍보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리본커팅식에 앞서 에릭은 “밴쿠버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중 하나로 트럼프 브랜드와 정말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에릭은 또 “아버지의 비전이 다 녹아들어가 있다”면서 “세계적으로 가장 상징적인 건물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 아들이 언론을 상대하는 방식은 아버지 트럼프를 닮았다. 건물 개장식 이후 취재진의 질문은 일체 받지 않았으며 나중에 트럼프그룹 트위터에 트럼프타워를 홍보하는 글을 올렸다. 300개 정규직 모집에 1만명 지원자가 몰렸다고 자랑한 것이다.
트럼프의 두 아들은 잘못된 정보를 트럼프그룹 트위터에 올려 지적받기도 했다. 지난 27일 트위터에 밴쿠버의 트럼프타워가 도시에서 6년 만에 새로 지어지는 건물이라고 주장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브렌트 투데리언 전 도시계획국장이 직접 나서 “사실과 너무 달라 웃음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이후 해당 트럼프그룹 트윗은 삭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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