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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아무 일도 없는데) 어젯밤, 스웨덴에서…”

“(아무 일도 없는데) 어젯밤, 스웨덴에서…”

트럼프는 18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멜버른에서 열린 지지자 집회에 나와 이슬람 국가 출신을 받아들이는 난민수용정책을 비판하며 “어젯밤 스웨덴에서 일어난 일을 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웨덴은 많은 난민을 받아들였고 그동안 전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았던 문제들을 떠안게 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난주 금요일 밤, 스웨덴에서는 아무런 큰 사건도 벌어지지 않았다.


카타리나 악셀손 스웨덴 외교부 대변인은 AP통신에 “테러와 관련된 어떤 중대한 사건도 알지 못한다”며 트럼프의 주장을 일축했다. 주미 스웨덴 대사관은 미 국무부에 “트럼프 대통령의 말이 무슨 뜻인지 분명히 밝히라”는 서한을 보냈다. 카를 빌트 전 스웨덴 총리는 트위터에서 “스웨덴? 테러 공격? 대체 그는 무슨 말을 하는 거냐”라며 트럼프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소셜미디어에선 ‘지난밤 스웨덴에선 무슨 일이(#LastNightInSweden)’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스톡홀름 등지의 ‘평화로운’ 사진을 올리는 패러디가 유행했다. 트럼프의 백악관이 난민을 많이 받는 나라를 비난하면서 스웨덴을 겨냥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이라크 난민들이 많이 사는 스웨덴 말뫼의 거주지역에서 불이 났다. 백악관은 이달 초 반이민 행정명령을 옹호하기 위해 세계의 테러사건들을 발표하면서, 아무 근거도 없이 이 사건을 집어넣어 눈총을 받았다. 전통적으로 이민자들과 난민들에게 개방적이고 우호적인 스웨덴을 ‘난민 테러가 빈발하는 나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아무 일도 없는데) 어젯밤, 스웨덴에서…”


2015년 스웨덴이 받아들인 망명신청자는 16만명이 넘는다. 독일이나 이탈리아 같은 나라보다 적지만 인구 대비로 보면 유럽연합(EU) 내에서 난민을 가장 많이 받은 나라다. 인도적 차원에서 난민과 이주자를 받아들이기도 하지만, 인구가 적고 고령화가 심한 까닭도 있다. 스웨덴은 종교·정치적 박해, 전쟁을 피해온 이들뿐 아니라 자연재해로 고향을 떠난 이들도 받아들인다. 망명신청자들은 특별한 사유만 없으면 영주권을 얻으며, 차별 없이 사회복지 혜택을 누린다. 스웨덴은 2013년 세계 최초로 “시리아 난민들이 찾아오면 영주권을 주겠다”고 선언했다.


유럽에 난민 유입이 대폭 늘어난 2015년 11월 이후로는 스웨덴도 난민 수용을 통제하고 있다. 지금은 망명신청자들에게 영주권 대신 임시 거주증을 내주고, 난민들이 직계가족만 불러들일 수 있게 했다. 반이민을 내세운 극우 정당 스웨덴민주당의 세력도 점점 커지고 있다. 공공정책연구소 데모스 조사에서는 ‘스웨덴의 가치’를 강조하는 정치인들의 발언이 최근 부쩍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아직까지 스웨덴에서 무슬림 난민이나 이주민들이 저지른 테러는 없었고, 사회통합 노력은 어느 나라보다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