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정부군이 19일(현지시간) 수도 다마스쿠스 인근 반군 거점지역 동구타의 도시 두마에 벌인 공습으로 부상한 아이가 병원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두마 | EPA연합뉴스
시리아 정부군이 남부에 있는 수도 다마스쿠스 인근 수니파 반군 주둔지 동(東)구타를 공습해 민간인이 최소 100명 숨졌다고 시리아인권관측소(SOHR)가 19일(현지시간) 보고했다. 사망자 중 최소 20명은 어린아이였다고 전해진다.
지난 5~9일에도 동구타에서 시리아 정부군의 대규모 공습으로 최소 250명이 사망했다. 지난 10일 이스라엘이 자국 전투기 피격에 분노해 군사력 사용을 경고한 이후 낮췄던 공습 수위를 다시 끌어올린 것이다. 시리아는 앞서 ‘쿠르드계 테러리스트 소탕’을 명분으로 북부 아프린 등을 공습하는 터키에 대응해 북부지역에 군을 집결시키고 있었다. 시리아 정부군은 왜 이 시점에 수니파 반군지역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재개했을까.
시리아는 터키와의 무력충돌은 피하면서 경고장을 날린 것으로 풀이된다. 시리아 정부는 이슬람국가(IS) 소탕작전이 끝나가자 수니파 반군까지 끌어들여 쿠르드족을 치겠다는 터키를 별러왔다. 터키가 쿠르드족 공습을 이유로 시리아 영공에 전투기를 띄우면 격추하겠다고 위협했다.
터키는 시리아 북동부를 장악하고 있는 쿠르드족 민병대인 ‘인민수비대(YPG)’를 테러조직으로 규정한다. YPG가 터키 내 무장정파 쿠르드노동자당(PKK)과 손잡고 국경지대에 세력권을 형성하는 등 자국 내 쿠르드족 독립운동을 부추길까 우려한다. 쿠르드족은 IS 축출에 공을 세우며 세력을 확대하는 상황이었다.
터키는 지난달 미국이 YPG를 중심으로 3만명 규모의 시리아 국경보안군 창설 계획을 밝힌 이후 군사행동을 본격화했다. 터키군은 이후 한 달째 YPG 점령지역인 아프린은 물론 시리아 북부 수니파 반군 주둔지역인 이들리브에서 쿠르드 무장조직 소탕작전을 벌이고 있다. 이 때문에 동맹국인 미국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우리 국경에 테러군대를 만들게 놔둘 수는 없다”면서 시리아 반군과 손잡고 군사작전을 벌이겠다고 경고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시리아군의 쿠르드족 지원 가능성이 거론되자,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하고 “시리아 정권이 그러한 길(쿠르드 지원)을 갈 경우 결과가 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러시아 RBC 통신 등이 전했다. 시리아에 영향력이 큰 푸틴 대통령에게 시리아군의 쿠르드 지원 만류를 요청한 것이다. 시리아 정부군 입장에서는 이들리브나 아프린에서 러시아의 도움 없이 터키와 전면전을 벌이기는 부담스럽다. 이날 반군도 시리아 정부군의 공습을 막아달라며 러시아에 중재를 요청했다.
터키의 군사작전으로 시리아 사태 해결은 더욱 복잡해지고 장기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터키는 중동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미국, 러시아 양국에 모두 중요한 파트너 국가다. 미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일원인 터키가 러시아의 서진을 막아주길 기대한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시리아 사태 해결을 명분으로 눈엣가시인 나토의 회원국 터키를 자기 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 미국과 러시아가 터키의 군사작전에 자제를 당부하며 깊이 개입하려 하지 않는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터키가 적대시하는 대상이 쿠르드라는 것도 시리아 사태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터키의 쿠르드 공격을 미국과 러시아 양국 모두 무작정 놔둘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시리아 사태의 중재자를 자처하며 쌓아올린 위상을 깎아먹게 되고, 미국은 YPG 덕분에 미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던 만큼 쿠르드의 요구를 외면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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