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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시리아 내 러시아 군사행동, 전쟁범죄로 규정 가능”


유엔이 처음으로 러시아의 시리아 내 군사행동에 전쟁범죄의 책임을 묻는 보고서를 냈다.


유엔 산하 국제독립기구인 시리아조사위원회는 2017년 7월부터 지난 1월까지 조사한 전쟁범죄 사례 보고서를 6일(현지시간) 발표하면서 지난해 11월 시리아 북서부 알레포주 아타리브의 시장에 대한 공습을 러시아군 소행으로 보고 전쟁범죄로 규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당시 공습으로 최소 84명의 민간인이 사망했다. 위원회는 러시아군이 고의로 시장과 민간인을 타깃으로 삼았다고 볼 증거는 없지만 수많은 인명을 앗아갈 수 있는 민간인 밀집지역에서의 비유도폭탄 사용은 전쟁범죄나 마찬가지라고 비난했다.


공습 당시 러시아는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하지만 감청 결과 공습 30분 전 시리아 내 러시아 공군기지 흐메이밈에서 러시아 공군 조종사의 교신이 잡혀 의혹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시리아조사위원회는 러시아에서 만들어지는 비유도폭탄 OFAB-500, 벙커파괴폭탄 BeTAB-500의 파편이 공습현장에서 발견됐다고 밝혔다. 폭발지점이 250m 간격으로 나란히 떨어진 것을 볼 때 전투기 정밀타격이라기보다는 일반 군용기 여러 대를 띄워놓은 뒤 준비된 폭탄을 떨어뜨린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러시아군이 전쟁범죄 책임을 시리아 정부군에 떠넘기려고 일부러 시리아군이 사용하는 것과 같은 폭탄을 사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가디언은 유엔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시리아군 무기저장고에 있는 무기와 매우 유사한 폭탄을 사용해 러시아 소행으로 단정 짓기 어렵게 하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군사전문가들은 러시아군이 유도미사일 대신 비유도폭탄을 사용하는 동기에 대해 비용절감 차원이라고 분석하면서 무책임한 태도라고만 비난해왔다.


이날 시리아조사위원회는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사용도 비난했다. 위원회는 수도 다마스쿠스 인근 반군거점인 동구타 지역에서 지난해 7월에만 세 차례, 11월에도 한 차례 염소가스 등 화학무기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시리아 정부는 2013년 10월 화학무기금지조약에 서명한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화학무기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시리아조사위원회는 내전 사태가 해결됐을 때 전쟁범죄 피해자들이 국제사법제도를 통해 구제받을 수 있도록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시리아에서 발생하는 전쟁범죄는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하려 해도 러시아의 반대에 가로막혀 사실상 처벌이 불가능하다. ICC는 유엔 안보리나 기관 회원국에서 자발적으로 회부하는 사건에 대해서만 조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