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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남극 임금펭귄 주 서식지서 90% 급감


황제펭귄에 이어 두 번째로 큰 펭귄종인 임금펭귄(사진)의 최대 서식지 개체 수가 90%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원(CNRS)은 위성사진과 헬기에서 촬영한 사진 등을 비교한 결과 프랑스령 남극 크로제군도 피그섬의 임금펭귄 수가 1982년 200만마리에서 20만마리로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30일(현지시간) 과학전문지 ‘남극과학’에 발표했다. 과학자들은 개체 수 급감의 원인을 밝혀내지는 못했지만 기후변화가 가장 크게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CNRS 산하 쉬제생태연구소 연구원 앙리 바이마스키르흐는 “피그섬은 전 세계 임금펭귄의 3분의 1이 서식하는 곳”이라며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라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임금펭귄은 나고 자란 곳 근처에서만 머무르려는 습성이 있는 데다가 피그섬과 서식 환경이 비슷한 곳을 찾는 것도 마땅치 않다며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전 세계 동식물종의 멸종위기 정도를 평가한 ‘적색목록’ 보고서에 따르면 임금펭귄은 비위험종으로 분류돼 있다. 이번 발표로 등급이 재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연구진은 기후변화가 개체 수 급감에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1997년 특히 강했던 엘니뇨(적도 부근 바닷물 수온이 올라가는 현상)로 임금펭귄의 주된 먹이인 크릴새우와 오징어 등이 멀리 흩어지면서 임금펭귄이 사냥에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어미 임금펭귄의 사냥시간이 길어지고 새끼들이 굶어 죽는 사례가 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엘니뇨는 짧게는 2년에서 길게는 7년마다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자연현상이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더욱 강해지게 된다. 지난 2월 바이마스키르흐 등 연구진은 이 같은 추세대로 기후변화가 진행된다면 21세기 중반쯤에는 크로제군도에서 아예 임금펭귄을 못 보게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임금펭귄은 황제펭귄처럼 둥지를 만들지 않고 부모 펭귄이 알을 번갈아 품으며 부화시킨다. 새끼도 암수가 번갈아 지키고 교대로 사냥을 나간다. 이런 까닭에 지표면에 얼음이 없고 바다로 접근이 쉬운 평지에 주로 서식한다. 연구진은 먹이를 따라 피그섬보다 더 남쪽에 있는 다른 섬들로 임금펭귄들을 이주시킬 수도 있지만 턱끈펭귄, 아델리펭귄 등이 살고 있어 생존경쟁만 치열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