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정벌레 모양으로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끈 폭스바겐 차종 비틀이 내년부터 단종된다. 폭스바겐은 13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최종적으로 신형 모델을 선보인 뒤 내년 7월부터 생산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회사가 전기차와 레저용 차량 생산에 주력하면서 비틀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힌리히 뵈브켄 폭스바겐 북미지부 최고경영자는 성명을 통해 “가족 사용자 중심 차종 생산에 주력하는 업체로 전환하고 전기차 생산 역량을 강화하는 데 따른 조치”라면서 “당장 이를 대체할 다른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3세대를 걸치며 70년 넘게 사랑받아온 비틀의 퇴장은 충성스런 팬들에게 수많은 감정을 불러 일으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폭스바겐은 쿠페(2인승 세단)와 컨버터블(지붕을 열 수 있는 세단) 유형의 최종판 모델 2개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가격은 최소 2만3000달러(약 2570만원) 이상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틀은 독일 나치정권이 만든 차라는 오명에도 세계적인 모델로 발돋움했다. 1937년 폭스바겐의 전신인 국영 자동차제조사 폭스바겐베르크에서 처음 만들어졌다. 나치의 아돌프 히틀러가 국민차 생산을 지시하면서다. 제2차세계대전이 끝나고 해외시장에서는 처음으로 1950년대 미국에서 선을 보였지만 나치가 만든 차라는 인식때문에 판매량이 저조했다. 1959년 홍보대행사 DDB가 비틀이라는 이름을 새로 붙이고 작은 크기의 이점을 홍보하고 나서야 판매량이 늘기 시작했다.
비틀은 각종 대중예술작품에 등장하면서 더 인기가 올라갔다. 비틀은 1968년 디즈니 영화 <러브 버그>에서 사람처럼 마음을 가진 자동차로 나오면서 인기를 끌었다. 팝아트 작가 앤디 워홀도 판화 주제로 비틀을 가져다 썼다. 세계적인 밴드 비틀스의 마지막 레코딩 앨범 <애비 로드> 커버 배경에도 비틀이 등장한다.
비틀의 판매량은 1970년대 말부터 줄어들었다. 폭스바겐은 1997년 뉴비틀을 선보이며 판매량 회복을 꾀했다. 하지만 지난해 미국 판매량 기준으로 전년 대비 3.2%포인트 감소해 1만5600여 대를 파는 데 그쳤다. 제타나 파사트 등 다른 세단 모델 판매량에 훨씬 못 미치는 수치다.
폭스바겐이 계획을 뒤집고 다시 비틀 신형 모델을 내놓기는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폭스바겐은 2015년 배기가스 조작 스캔들로 이미 독일 정부에 천문학적인 액수의 벌과금을 냈다. 사건 이후 주가하락에 대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주주들의 집단 손해배상 소송도 아직 다 결론이 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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