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가 반난민 정책 등 유럽연합(EU) 통합 노선에 반대해 온 헝가리를 제재하는 절차에 들어갔다. 헝가리가 민주주의, 법치 훼손 등 EU의 가치에 반대한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내년 5월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의회 내 여당 블록이 유럽 전역에서 득세하고 있는 극우 민족주의 정당 견제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럽의회는 12일(현지시간) 헝가리에 대한 ‘리스본조약 7조’ 발동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찬성 448표, 반대 197표, 기권 48표로 채택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리스본조약 7조는 EU가 추구하는 가치에 어긋나는 정책을 추진하는 국가에 회원국으로서 표결권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EU 정부 격인 집행위원회 내 주요 사안에 대한 의결권 정지까지 가능하다.
지난 4월 총선에서 3연임에 성공한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줄곧 EU의 난민 분담 수용 정책에 반대했다. 최근에는 불법이민자의 난민 등록을 돕는 개인이나 단체를 징역형에 처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유럽의회는 오르반 정부가 사법부 독립을 침해해 법치의 가치를 훼손했으며 비판 언론 탄압 등 민주주의 가치도 손상시켰다고 지적했다.
결의안이 채택돼도 실제 리스본조약 7조가 발동될 가능성은 낮다. 헝가리를 제외한 EU 모든 회원국이 찬성해야 의결권을 정지할 수 있는데 폴란드가 헝가리 편을 들고 있기 때문이다. 폴란드는 이날 외교부 성명을 통해 “헝가리 제재를 유발할 수 있는 행동에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유럽의회가 헝가리 제재에 나선 것은 EU 정책에 반대하는 각국 극우 민족주의 정부를 향한 경고 성격이 강하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의회 연설에서 “우리는 선하고 다른 사람을 배척하지 않는 애국주의를 포용해야 하지만 증오와 파괴로 이끄는 국가주의는 배격해야 한다”며 “제어되지 않은 국가주의는 독과 사기로 가득 차 있다”고 말했다.
오르반 총리 소속 정당인 피데스와 함께 유럽의회에서 여당 블록을 형성하고 있는 중도우파 정당 의원들이 피데스 길들이기에 나섰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유럽의회 내 최대 정당인 유럽인민당(EPP) 온건파들은 오르반 정부의 조치가 EU 가치에 대한 해악이며 EPP 노선과 양립할 수 없다고 말해왔다. EPP 소속 의원은 표결 전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오르반이 소란을 피운다면 그에게 썩 물러나라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EPP는 중도좌파 사회민주진보동맹, 중도성향의 유럽자유민주동맹과 함께 여당 블록을 형성하고 있다. 피데스를 제외한 여당 블록은 이민포용 기조, 유로존 유지 등 유럽통합 노선을 추구한다. 하지만 만프레드 베버 대표 등 EPP 지도부는 극우정당이 속한 야당 블록이 의석을 늘리는 것을 원치 않아 어떻게든 피데스를 끌어안고 가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오히려 그렇게 해야만 오르반 정부를 견제할 수 있고 온건한 정책을 펼칠 수 있도록 압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르반 총리가 표결 직전까지 반EU 노선을 분명히 하자 EPP 지도부도 헝가리 제재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오르반 총리는 표결 전날 의회 연설에서 “유럽의회가 제기한 문제들에 대해 조금도 타협할 의지가 없다”고 말했다. 베버 대표는 이날 트위터에서 헝가리 제재에 찬성표를 던졌다고 밝히면서 “오르반은 EU 회원국들과 협력할 자세를 전혀 보여주지 않았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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