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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동남아국가들, 미주·유럽국들 쓰레기와의 전쟁 선포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미주·유럽국에서 밀려드는 쓰레기에 대해 “다시 가져가라”며 전쟁을 선포하고 나섰다. 지난해 중국의 플라스틱 쓰레기 수입 중단 조치 이후 선진국이 버린 쓰레기가 필리핀·말레이시아·태국·베트남 등 아시아 개도국으로 몰리면서 외교 마찰도 커지고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23일(현지시간) 미국·영국·독일·스페인·호주에서 밀반입된 플라스틱 쓰레기를 적발해 선적지로 돌려보내고, 수출업자와 운송 주선업자들에게 비용을 부담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요비인 환경장관은 “수도 쿠알라룸푸르 인근 클랑항구에 플라스틱 쓰레기가 담긴 컨테이너 129개가 방치된 것을 확인했다”며 “말레이시아가 세계의 쓰레기장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필리핀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도 이날 캐나다에 2013~2014년 필리핀 마닐라 항구에 방치한 유독성 쓰레기 컨테이너를 가져가라고 촉구했다. 필리핀은 그동안 수차례 항의 표시를 했다. 법원은 2016년 본국에서 쓰레기를 수거하고 비용을 부담하라는 판결도 내렸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캐나다는 쓰레기를 가져가야만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캐나다로 배를 타고 가 그곳에 쓰레기를 버릴 것”이라며 “전쟁을 선포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캐나다 정부는 쓰레기 선적은 민간 차원에서 이뤄진 일이라고 맞서 양국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동남아 국가들에 쓰레기가 몰리는 이유는 중국이 지난해부터 플라스틱을 비롯해 24종의 고체 쓰레기 수입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2017년까지만 해도 전 세계 플라스틱 쓰레기의 56%를 받아들이며 완충작용을 했다. 하지만 자국 쓰레기 처리도 버거워지고 각종 환경문제가 초래되자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

 

그 결과 풍선효과로 쓰레기 수입 관련 규정이 없거나 느슨한 동남아 국가들로 플라스틱 쓰레기가 몰려들었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지난해 1~4월 쓰레기 수입량이 전년 동기 대비 3배나 늘었다. 

 

플라스틱 쓰레기는 재활용 용도로 수입되지만 처리비용이 많이 들어 대부분 방치되거나 불법 소각돼 사회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세계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재활용 처리 비율은 10%에 불과하다. 말레이시아는 지난해 10월부터 플라스틱 쓰레기 수입허가 발급을 중단하고 단속을 강화했다. 태국은 2021년부터 플라스틱 쓰레기 수입을 전면 금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은 지난해 7월 폐기물 수입을 일시적으로 제한했다. 

 

이들 국가들은 국제사회 차원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이달 말로 예정된 유해 폐기물에 관한 국제협약인 ‘바젤협약’ 국제회의에 대표단을 파견해 쓰레기 수출 문제를 공론화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노르웨이는 지난해 유해 폐기물 대상에 폐플라스틱을 포함하는 내용을 제안했다. 이렇게 되면 폐플라스틱 수출국은 수입국에 반드시 사전 통보를 하고 불법 거래가 발견될 경우 원상회복 의무를 지게 된다. 당시 노르웨이의 제안에 회원국 대부분이 찬성했지만 유럽연합(EU)과 캐나다·일본·호주 등 선진국들은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한 EU 관료는 독일 도이체벨레와의 인터뷰에서 “다수 유럽국들이 자국 쓰레기 재활용 비율을 높여 쓰레기 수출량을 줄이고 있지만 모든 회원국들이 그럴 역량은 갖추지 않았다”면서 바젤협약 수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