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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스리랑카 교회 테러범 은신처서 IS깃발·폭발물 발견, 짙어지는 ‘IS’ 배후설

스리랑카 부활적 연쇄 자폭테러의 배후가 이슬람국가(IS)라는 정황이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스리랑카 보안군이 이번 테러 주동자인 무함마드 자하란의 은신처를 급습해 IS 깃발과 IS가 자폭조끼를 만들 때 자주 사용하는 폭발물 등을 발견했다고 26일(현지시간)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스리랑카 정부는 IS 추종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체포 작전을 발표하면서 사실상 이번 테러 배후가 IS임을 암시했다. 

 

스리랑카 경찰이 28일(현지시간) 동부 암파라에 있는 부활절 테러 용의자들의 은신처를 급습해 수거한 물품 가운데 이슬람국가(IS) 깃발을 들어보이고 있다. 암파라AP연합뉴스

 

스리랑카 군은 이날 심야에 자하란의 은신처로 알려진 동부 소도시 세인사마루투와 칼뮤나이를 급습해 총격전을 벌인 뒤 IS 깃발과 니트로글리세린이 함유된 고성능 폭발물 150개, 드론 카메라 등을 수거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자폭공격이 최소 3번 일어나 어린이 6명 포함해 총 15명이 숨졌다.  IS는 이날도 선전매체 아마크를 통해 “탄약이 모두 소진된 뒤 우리 전사 3명이 자폭벨트를 터트렸다”며 배후를 자처했다. 

 

자하란은 이번 테러 실행 단체로 지목되는 내셔널 타우히트 자마트(NTJ)의 리더로 인도와 스리랑카를 오가며 IS 조직원 모집책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하란은 IS가 배후를 자처하며 공개한 영상에서 IS 우두머리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에 충성을 맹세했다. 이번 급습으로 자하란과 NTJ가 IS 지원을 받아 움직였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IS 배후설에도 더욱 무게가 실리게 됐다. 군의 진압작전 이후에도 세인사마루투 주민들은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이 시내 중산층 지역에 숨어 있었다는 것에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BBC 등은 전했다. 

 

자하란의 은신처가 파악되기 전부터 전문가들은 IS가 NTJ를 지원했을 가능성을 높게 봤다. 찰스 윈터 영국 런던 킹스칼리지 소속 국제급진화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IS 지도부의 핵심 근거지에서의 위상이 약화되면서 주변부는 더욱 위험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IS가 시리아·이라크에서 패퇴한 뒤 자신들의 명성과 막대한 자금을 이용해 동남아시아·북아프리카 일대 지역 토착 이슬람 원리주의 단체들이 테러를 벌이도록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9·11테러를 일으킨 알카에다가 2002년 아프가니스탄에서 격퇴당한 뒤 펼쳤던 전략과 같다고 분석했다. 

 

마이트리팔라 시리세나 스리랑카 대통령은 이날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을 뿌리뽑기 위해 스리랑카 전역에서 가택수색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이번 테러에 IS가 직접 연계됐다는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던 것과는 사뭇 다른 행보다. 스리랑카 정보당국은 IS 추종세력을 약 130여 명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이중 70명을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종교시설 및 호텔 등에서 추가 테러를 막기 위해 총 1만명의 군이 스리랑카 전역에 배치됐다. 스리랑카 정부는 다음날 테러 실행단체로 지목되는 이슬람단체인 NTJ와 자미야툴 밀라투 이브라힘(JMI)의 모든 활동을 금지하고 재산을 몰수하겠다고도 밝혔다. 

 

잇딴 자폭테러와 총격전에 종교단체와 해외 정부는 스리랑카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스리랑카 가톨릭교회와 무슬림기구들은 정부 당국의 공지가 있기 전까지 대형 종교시설에서 기도를 금지하도록 했다. 미국 정부는 종교시설에서 추가 테러 가능성이 높다면서 자국민의 스리랑카 여행 자제를 권고했다. 스리랑카 주재 외교관 등 관료들의 학령기 자녀들은 모두 철수시킨다는 계획이다. 영국·인도 정부도 스리랑카로 여행 자제를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