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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리비아 내전, 서구 국가들 셈법에 장기화 조짐

리비아 동부 토브루크 정부군인 리비아국민군(LNA)의 서부 트리폴리 진격으로 최근 격화된 리비아 내전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군사개입 및 휴전결의 등 유엔에서 실질적인 조치를 이끌어내야 할 서구 국가들이 자국의 정치·경제적 셈법에만 골몰하면서 내전 해결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리비아 동부 토브루크 정부 수장 칼리파 하프타르

 

유엔리비아지원단(UNSMIL)은 22일(현지시간) 리비아 내전이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리비아 주민들에 즉각 인도주의 지원이 가능해질 수 있도록 유엔 회원국들의 도움을 요청했다고 알자지라 등이 보도했다. 마리아 도 발레 히베이로 UNSMIL 특사 부대표는 “우리는 당분간 양측의 적대행위가 지속될 것으로 본다”면서 “당장 필요한 것은 인도주의 위기에 신속하게 대처하는 것이다”고 밝혔다. 

 

지난 4일부터 다시 격화된 내전으로 현재까지 3만2000여 명의 국내 유민이 발생했다. 유엔은 이중 약 2만1000명의 주민들에게만 구호물품이 지급됐다고 밝혔다. 유엔인도주의업무조정국은 회원국들에 다음달 18일까지 구호자금 1020만달러를 출연해달라고 요청했다. 

 

유엔의 노력에도 서구 국가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내전 해법 마련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미국은 유엔이 인정하는 정부가 아닌 동부 토브루크 정부 지지로 돌아서는 듯한 행보를 보이며 인도주의 조치까지 막아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미국은 영국이 주도한 리비아 즉시 휴전 결의안을 지난 18일 거부했다. 당시 결의안에는 휴전뿐만 아니라 인도주의 지원 내용도 담겨 있었다. 백악관은 바로 다음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토브루크 정부 수장 칼리파 하프타르 LNA 총사령관과 통화한 사실을 밝히며 “트럼프 대통령은 하프타르 사령관의 이슬람 극단주의자들과의 싸움, 석유자원 보존 노력을 칭찬했다”고 전했다. 알자지라는 이 사실이 알려진 후 내전이 격화됐다고 지적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일부터 양일 간에만 양측에서 34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입장변화는 리비아 영토의 3분의 2이상을 차지한 하프타르를 지지하며 북아프리카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러시아를 군사적으로 견제하려는 의도라고 CNN 등은 분석했다. 러시아는 하프타르가 군사작전에 속도를 내며 영토를 넓혀가던 2017년부터 전폭적으로 그를 지지했다. 러시아는 토브루크 정부를 리비아 정부로 인정하며 LNA에 무기 등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는 18일 미국과 함께 리비아 즉시 휴전 결의안을 거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는 유가 안정을 도모하고 향후 리비아 재건사업·유전개발에 자국 기업 진출을 용이하게 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하프타르가 이끄는 LNA는 채산성이 높은 유전지대는 모두 손에 넣었다. 트리폴리 서부 자위야항을 제외한 주요 원유수출항구도 LNA 통제 하에 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정부는 북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인 리비아의 석유 생산량이 미국 내 물가를 낮추는 데 중요하다고 본다”고 전했다. 

 

프랑스도 자국 이해관계에 따라 하프타르의 LNA를 은밀하게 지원해왔다는 비판을 받는다. 프랑스는 2015년 파리 테러를 겪은 이후 이슬람 원리주의 세력 척결을 앞세운 하프타르의 군대를 지원했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 2월 LNA가 리비아 최대 유전인 남부 사하라 유전지대를 탈환했을 때 “대테러전의 값진 승리로 지역 주민들을 비참한 삶에서 구해냈다”고 칭찬했다. 이같은 반응을 두고 당시 외신들은 프랑스가 자국 에너지 기업 토탈의 진출 등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놨다. 한편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프랑스가 대규모로 무기를 판매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이 하프타르를 지원하고 있다는 사실도 고려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엔이 인정하는 리비아 정부인 서부 트리폴리 통합정부(GNA)를 적극 옹호하는 서구 국가는 이탈리아 정도다. 이탈리아는 리비아를 옛 식민지배한 나라로 영향력을 계속 유지하고 싶어한다. 특히 트리폴리 일대 유전에 자국 에너지 기업이 많이 진출한 상황이어서 GNA 안정화가 곧 경제적 이익과 직결된다. 하지만 주세페 콘테 총리까지 나서 “리비아에서 군사 개입은 해법이 아니다”면서 개입을 주저하고 있다. 섣부른 군사개입으로 혼란이 증폭될 경우 지중해를 마주보고 있는 자국으로 대규모 이민 행렬을 우려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