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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두테르테, 이번엔 무기 위해 ‘친러행보’



필리핀이 친중 행보에 이어 러시아와 군사, 경제 부문 협력을 강화하는 친러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사진)이 22일(현지시간)부터 닷새 일정으로 러시아를 방문하면서 러시아산 무기 구매의 길을 틀 군사기술협정을 맺을 계획이라고 필리핀스타 등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필리핀은 대신 주요 생산품인 바나나 등의 러시아 판로를 개척할 계획이다. 


미국 일변도 외교정책에서 벗어나려는 두테르테 정부의 움직임이 더욱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두테르테는 21일 러시아투데이 인터뷰에서 러시아산 무기를 사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그는 “러시아는 미국과 달리 조건 없이 무기를 판다”고 치켜세웠다. 지난 2일 미 상원에서 마약과의 전쟁을 이유로 필리핀 경찰에 주어질 무기 수출을 제한하는 법안이 발의된 것에 반발한 것이다. 앞서 러시아는 필리핀에 소형화기, 전투기, 잠수함 등 자국산 무기 제공과 합동군사훈련을 제안했으며 두테르테는 가능성을 열어놨다.


두테르테는 러시아 방문기간 최우선 과제로 남부 민다나오섬에서 기승을 부리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조직 격퇴전에 쓸 러시아제 정밀유도폭탄을 확보하는 것을 들었다. 그는 현재 필리핀군이 사용하는 폭탄이 레이저나 인공위성을 활용하는 러시아제 유도탄보다 정확하지 못하다고 지적해왔다. 지난달 러시아 함대가 마닐라항에 정박했을 때도 미사일발사순양함을 둘러보며 “러시아가 나와 함께하기에 두려울 것이 없다”고 했다.


양국 간 무기 거래는 지난해 11월 페루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처음 구체적으로 논의됐다. 두테르테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처음 만나 무기 거래에 관해 대화를 나눴다. 당시 푸틴은 총 하나를 사면 하나를 공짜로 주는 ‘원 플러스 원’으로 자국산 소총을 팔 수도 있다고 제안했다.


기업인 250여명도 이번 방문에 동행한다. 라몬 로페스 무역장관은 “바나나를 비롯한 필리핀산 농산품의 러시아 시장 판로 확대도 주요 의제 중 하나”라고 말했다. 양국 교역액은 지난해 기준 2억2600만달러(약2530억원)였으나 이 중 필리핀의 대러시아 수출액은 4900만달러(약 549억원)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