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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Steve Lillywhite가 인도네시아에서 살아가는 법

Steve Lillywhite는 살아있는 록의 전설 중 한명이다. 그는 The Rolling Stones, U2, The Killers 등 거물 록밴드들과 작업했다. 내놓는 앨범마다 멀티플래티넘을 기록했다. 그래미상도 6번이나 받았다. 그런 그가 지금 인도네시아의 패스트푸드 매장에서 노래를 틀고 음반을 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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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llywhite는 현재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본부를 둔 회사 Jagonya Music & Sport Indonesia의 최고경영자다. 회사는 기본적으로 레코드 레이블이다. 하지만 이 레이블에서 만드는 앨범을 산다고 굳이 레코드 매장을 방문하지 않아도 된다. 패스트푸드 체인 KFC에서 음식을 주문하면 공짜로 이 레이블의 음반들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CD는 일종의 번들제품이다. 

Lillywhite는 3일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내 일은 기본적으로 레코드 레이블을 운영하는 것이다. 단 이 레이블은 치킨을 팔 수도 있다.” 어찌됐든 레이블은 치킨휠레 샌드위치, 콜로넬 야키니쿠 라이스 박스 등의 메뉴와 함께 월평균 50만장의 CD를 팔았다.

< 인도네시아 밴드 Noah >

2014년 Lillywhite는 미국 할리우드에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로 떠났다. 미국 음반산업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CD같은 물리적인 형태의 음반 판매가 급격히 줄어들던 때였다. 지난해 미국에서 팔린 정규앨범은 총 9,940만장으로 집계됐다. 1986년 이래 가장 적게 팔렸다. 

Lillywhite가 어떤 특별한 의도를 가지고 미국을 떠난 건 아니었다. 그는 2011년 싱가포르의 한 페스티벌에서 만난 사람들로부터 인도네시아 밴드 Noah의 프로듀싱을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이를 계기로 인도네시아를 방문했고, 이후 인도네시아 사람들과 그들이 음악을 바라보는 시선, 맛있는 음식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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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wan Fals >

2014년 자카르타로 떠난 건 현지 뮤지션 Iwan Fals의 앨범작업을 위해서였다. Lillywhite는 그의 음악을 Bruce Springsteen과 Bob Dylan의 만남이라며 극찬했다. Lillywhite는 아예 인도네시아에 오래 머무르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게 되고 Jagonya Music & Sport Indonesia의 소유주인 Ricardo Gelael을 만나면서 음반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확실하게 알고 가야할 게 있다. Lillywhite가 경영하는 레이블 Jagonya Music & Sport Indonesia의 모회사는 KFC 인도네시아다. Lillywhite가 인도네시아 전역의 KFC 매장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정하는 큐레이터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KFC 매장은 A&R의 창구로 활용되기도 한다. 다른 레코드사에서 소속 뮤지션을 홍보하기 위해 매장에서 노래를 틀어달라며 Lillywhite를 찾아오기도 하지만, 그가 직접 가능성 있는 다른 뮤지션들을 찾아 다니기도 한다. 아직 다른 음반사와 계약하지 않은 뮤지션을 찾아가 Jagonya Music & Sport Indonesia와 계약하면 KFC 매장에서 노래 트는 것을 보장해주겠다는 식이다.

KFC 매장에서 음악을 틀 수 있다는 건 뮤지션들에게는 기회다. KFC는 저작권료를 지급하는 것은 물론이고 매장 수익의 일정 부분을 뮤지션 몫으로 지불한다. 아쉬운 점은 아직까지는 이 기회가 인도네시아 뮤지션들에게만 열려있다는 것이다. Lillywhite는 KFC 매장에서 틀 수 있는 노래가 더욱 다양해지길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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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출처: Steve Lillywhite 트위터 >

Lillywhite가 현재 인도네시아에서 살아가는 방식은 확실히 흥미롭다. 인도네시아에서 그가 성공할 수 있었던 데에는 여러 가지 특수한 요인이 작용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여전히 CD가 가장 인기 있는 음악경험방식이다. 인터넷 보급률이 낮고 속도가 느려 스트리밍이 원활하지 못한 것도 한 몫 했다. 

어디까지나 Lillywhite의 성공은 인도네시아 안에서의 성공이다. 기술의 발달로 MP3, 스트리밍 등 다양하고 편리한 음악제공서비스는 늘어나고 있다. CD나 LP 등 피지컬한 음반은 불편하게 여겨질 수밖에 없다. 

그래도 눈 여겨 볼 대목은 여전히 있다. 음악과 햄버거 모두 이를 즐기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준다. Lillywhite는 음악과 음식을 결합해 얼마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까. 그의 행보에 눈을 뗄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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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재

경향신문 기자

출처: 멜론-멜론매거진-박효재의 스쿨 오브 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