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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미 “시리아 통폭탄 공격 땐 응징”

션 스파이서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10일(현지시간)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자국민에게 통폭탄(Barrel bomb) 공격을 한다면 상응하는 행동을 할 것이라고 두 번이나 말했다. 아사드 정권의 화학무기는 미국이 이라크 침공의 명분으로 내걸기도 했던 대량살상무기(WMD)라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지만, 실제 시리아에서 민간인들의 목숨을 빼앗는 최악의 무기는 정부군의 통폭탄이다. 일상이 돼버린 통폭탄 공격을 응징하겠다는 발언을 두고, 트럼프 정부가 이참에 아사드 정권을 몰아내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시리아 민간인 구호단체 ‘하얀 헬멧’ 대표 라에드 알살레는 홈페이지에서 “시리아인들은 온갖 무기에 죽어가지만 가장 끔찍한 건 통폭탄”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통폭탄은 드럼통에 TNT를 채우고 공업용 베어링 등 각종 쇠붙이를 넣어 만든다. 제작하는 데 300달러(약 34만원)밖에 들지 않는다. 전투기가 아닌 일반 항공기에 실어나를 수도 있다. 유도 장치가 없어 명중률이 낮고 폭발력도 약해 전투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는다. 하지만 인구밀집 지역에 떨어지면 민간인들의 희생은 크다. 2011년 시리아 내전 발발 이후 2014년 3월까지 시리아 정부군이 투하한 통폭탄은 약 6000개로 추정된다. 2014년 2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통폭탄 사용을 금지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정부군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알레포의 구시가지에도 수시로 통폭탄을 떨어뜨린다. 반군을 겨냥했다고 주장하지만 민간인 희생자가 훨씬 많다. 국제앰네스티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1월부터 2015년 3월까지 알레포에서 통폭탄으로 희생된 반군은 35명인 반면 민간인 희생자는 3124명이나 됐다. 학교 3곳과 병원 17곳도 통폭탄 공격을 당했다. 모스크 23곳도 표적이었다.


원시적인 무기이지만 기술이 점차 발전하면서 위력이 배가된 것도 주민들에게는 공포다. 도화선이 달린 초기 통폭탄은 땅에 닿기도 전에 폭발하는 경우가 많았다. 근래 쓰이는 통폭탄은 목표물에 부딪치는 충격으로 터지도록 설계돼 있다. 150㎏를 넘지 않던 것이 이제는 1t에 육박하기도 한다.


통폭탄에 화학무기를 담기도 한다. 공군은 지난해 8월 헬기 중대 2개를 동원해 알레포의 민간인 지역을 공격했다. 주민들과 의료진은 폭탄이 떨어지고 몇 분 후 독가스가 퍼졌다고 증언했다. 유엔과 화학무기금지협약기구(OPCW)는 당시 정부군이 염소가스가 든 통폭탄으로 민간인을 공격했음을 확인했다.


통폭탄 공격은 시리아에서 일상이 됐다. 스파이서의 응징 발언을 두고 트럼프 정부가 아사드 정권 축출로 방향을 튼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의 입장은 아직도 명확하지 않다. 스파이서의 발언 뒤 정부 관리들이 “대통령이 대응책으로 어떤 것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이라며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고 CNN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