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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IS의 학살·테러 표적까지 된 이집트 콥트교

이집트 북부 도시 탄타의 콥트교회 ‘마르 기르기스’에서 10일(현지시간) 신자들이 전날 이슬람국가(IS)의 자폭테러로 숨진 이들의 관을 나르고 있다. IS의 동시다발 테러로 탄타 교회에서는 최소 28명이 숨졌고, 다른 북부 도시 알렉산드리아의 콥트교회 ‘세인트 마크’에서도 16명이 목숨을 잃었다.  탄타 | EPA연합뉴스

이집트 북부 도시 탄타의 콥트교회 ‘마르 기르기스’에서 10일(현지시간) 신자들이 전날 이슬람국가(IS)의 자폭테러로 숨진 이들의 관을 나르고 있다. IS의 동시다발 테러로 탄타 교회에서는 최소 28명이 숨졌고, 다른 북부 도시 알렉산드리아의 콥트교회 ‘세인트 마크’에서도 16명이 목숨을 잃었다. 탄타 | EPA연합뉴스

9일(현지시간) 이집트 북부 주요 도시 탄타와 알렉산드리아의 콥트교회 두 곳에서 동시에 이슬람국가(IS)의 자폭테러가 일어나 최소 44명이 숨졌다. 폭발 당시 교회 안은 부활절 직전 일요일인 종려주일을 맞아 예배를 드리는 신자들로 가득했다. 이전부터 이집트에서 콥트교도들을 타깃으로 삼아온 IS는 앞으로 더 많은 공격이 벌어질 거라고 경고했다.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은 3개월의 비상사태를 선포하겠다며 의회 승인을 요구했다.


IS의 테러로 가려지긴 했지만 수니파 무슬림이 다수인 이집트에서 콥트교도는 오랜 세월 핍박을 당해왔다. 콥트교는 이집트에서 자생적으로 발생한 기독교 종파로 가톨릭, 개신교와 함께 기독교 3대 종파인 정교회에 속한다. 성 마르코가 기원후 50년 북부 알렉산드리아에 처음 교회를 세운 것을 시작으로, 이집트 전역에 퍼졌다. 이집트 인구 9000만명 중 10~12%가 콥트교도로 추정된다. 7세기 아랍 무슬림이 이슬람을 전파할 때까지는 이들이 이집트의 주류이고 다수였다. 유엔 사무총장을 지낸 부트로스 부트로스 갈리, 북한에서 이동통신 사업을 하고 있는 오라스콤 설립자 온시 사위리스 등 걸출한 인물을 배출하기도 했지만 정·재계에서 여전히 소수세력에 불과하다.



정치적 차별은 있었지만 이집트에서 종교 간 갈등은 그리 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 말기부터 이슬람 세력이 고개를 들면서 콥트교도를 겨냥한 공격이 늘었다. ‘아랍의 봄’ 이후 집권한 무함마드 무르시의 첫 민선 정부는 이슬람을 전면에 내세웠다. 콥트 교황 타와드로스 2세는 무르시 정권을 공개적으로 비난했으며, 무슬림과 콥트교도 간 충돌이 벌어졌다. 군부 출신 엘시시 정권이 들어선 뒤 2014년 1월 통과된 새 헌법은 종교의 자유와 평등을 보장했으나, 정정불안 속에 대중적인 분노의 표적이 되는 것은 언제나 소수인 콥트교도들이다. 일부 극단주의자들은 콥트교회가 군부에 동조한다며 교회에 불을 지르고 신자들을 공격했다. 법원도 이슬람에 편향된 태도를 보인다. 콥트교도 10대 3명이 IS의 참수행위를 비난하자, 지난 2월 법원은 이들에게 이슬람 모독죄로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이번 IS의 교회 테러는 이달 말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집트 방문을 앞두고 벌어졌다는 점에서 기독교 전체를 겨냥한 공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집트뿐 아니라 IS가 기승을 부리는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에서 소수집단인 기독교도들은 학살과 테러의 대상이 되고 있다. 2015년 2월 리비아 IS는 이집트인 콥트교도 21명을 참수했다. 2014년 8월에는 기독교 소수파인 야지디족이 학살당했다.


이집트에서 무슬림과 콥트교도의 충돌은 드물게 벌어지는 주민 간의 갈등 성격이 짙었다. 하지만 북동부 시나이반도를 중심으로 극단주의자들이 IS 깃발 아래 결집하면서 ‘기독교도를 노린 IS의 테러’로 변해가는 양상이다. 군사 시설을 주로 공격하던 극단 세력은 정부군의 진압작전이 거세지자 민간인들을 노린 테러로 전략을 바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