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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그녀의 말 속에 ‘트럼프 외교정책’ 있다

그녀의 말 속에 ‘트럼프 외교정책’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대선에서 이긴 뒤 당시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였던 니키 헤일리(45·사진)를 만나 국무장관직을 제안했다. 하지만 헤일리는 유엔대사직을 맡기로 했다. 그런데 요즘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보다 국제무대에서 헤일리의 존재가 더 두드러진다. 헤일리의 입에서 트럼프 정부의 외교정책을 엿볼 수 있는 말들이 나오기 때문이다.


헤일리는 지난 9일(현지시간)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건재하는 한 시리아의 평화와 안정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트럼프 정부가 아사드 축출, 즉 ‘레짐 체인지’로 향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레짐 체인지는 목표가 아니라는 틸러슨의 말과는 달랐다. 션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이튿날 “아사드가 권좌에 있는 한 평화로운 시리아는 상상할 수 없다”며 헤일리의 말에 힘을 실었다.


헤일리는 아사드 정권의 화학무기 사용이 드러나자 지난 5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유엔이 나서지 않으면 각국이 개별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했다. 곧이어 미군 토마호크 미사일이 시리아로 날아갔다. 헤일리는 12일 안보리 회의에서는 톤을 낮춰 “이제 외교력에 무게추를 둘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시리아 군사공격보다는 외교 해법을 모색하는 데 힘을 실을 것이라는 뜻이었다. 트럼프도 이날자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같은 뜻의 말을 했다.


헤일리는 지난달 9일 북한을 겨냥해 “모든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이후 백악관에서 ‘모든 옵션을 검토 중’이라는 말이 되풀이됐다. 헤일리는 유엔 무대에서 중국을 향해 북핵 문제 해결을 압박하는 트럼프 정부의 공격수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트럼프는 12일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외교·안보 관료들이 시리아 문제를 두고 “매우 잘하고 있다”고 칭찬하면서 헤일리를 맨 먼저 언급했다. 틸러슨과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이름은 그 뒤에 나왔다. 헤일리는 지난해 대선 때 공화당 후보로 마르코 루비오를 지지했던 사람이다. 또한 인도계 이민자 가정 출신으로, 트럼프 정부의 요직 인사들 중 보기 드문 여성이다. 뉴욕타임스는 “한때 트럼프 비판자였던 헤일리가 이제 트럼프 정부를 주도하는 외교관이 됐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