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건설업체 오데브레시의 사장이던 마르셀로 오데브레시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에게 뇌물로 410만달러(약 47억원)를 줬다고 10일(현지시간) 세르지우 모루 연방판사(44·사진) 앞에서 진술했다. 모루 판사는 2014년 3월부터 ‘라바 자투(세차)’ 작전이라 불리는 부패수사를 이끌고 있는 인물이다. 브라질에서는 판사가 수사를 지휘할 수 있으며 검찰은 기소권한만 갖는다. 오데브레시를 비롯한 건설업체들은 국영에너지회사 페트로브라스에 장비를 납품하거나 정유소 건설사업을 수주하면서 공무원과 정치인들에게 뇌물을 줬고, 이것이 대규모 정치 스캔들로 번졌다.
모루는 전직 대통령은 물론 미셰우 테메르 현 대통령의 측근들에게까지 칼날을 들이대는 성역없는 수사로 국민 영웅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10월 노동자당(PT)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 탄핵을 주도했던 에두아르두 쿠냐 전 하원의장에 대해서는 부패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쿠냐는 집권여당 브라질민주운동당(PMDB) 소속으로 테메르 대통령 측근이던 인물이다. 모루는 1990년대 세계에 큰 인상을 준 이탈리아의 반부패 수사 ‘마니풀리테(깨끗한 손)’를 이끈 안토니오 디 피에트로 판사와도 비교된다. 실제로 모루는 당시 이탈리아 사법부의 수사와 재판 과정을 연구해, 이를 라바 자투 작전에 적용했다.
그는 1996년 연방판사 시절에는 퇴직자들 권익을 위해 일해 ‘노인들의 판사’란 별명을 얻기도 했다. 2003년 미국으로 300억달러가 빠져나간 불법송금 스캔들이 터졌을 때에는 97명을 기소했고, 2004년 ‘파롤 다 콜리나(언덕 위의 등대)’ 작전 시에는 돈세탁과 탈세혐의를 받던 103명에게 예방적 체포명령을 내렸다. 두 사건으로 능력을 인정받아 2012년 ‘멘살라웅’ 스캔들 수사도 이끌었다. 룰라 정부 때인 2005년 6월 노동자당이 의회에서 야당 의원들을 돈으로 매수한 사건이었다. 모루는 권력형 비리에 단호한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은 세계를 이끄는 지도자 13위에 모루의 이름을 올렸다. 시사주간 타임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명 명단에 그를 포함시키면서 “브라질 사람들은 그를 ‘슈퍼 모루’라 부르고, 축구스타마냥 거리에서 그의 이름을 연호한다”고 소개했다. 이제 모루의 수사 범위는 ‘탄핵 쿠데타’로 득세한 테메르 정권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11일 풀랴지상파울루 등 현지 언론들은 모루의 수사팀이 장관 8명, 상원의원 24명을 포함해 공직자 98명에 대한 수사를 개시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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