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를 몰아내자며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맹비난해온 독일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얼굴이 바뀌었다. 9월 총선에서 연방의회 첫 진출을 노리고 있는 AfD는 23일(현지시간) 쾰른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38세의 최고위원 알리스 바이들(사진)을 최고후보(총리 후보)로 뽑았다. 이민자 출신 축구선수 제롬 보아탱을 비난해 물의를 빚은 알렉산더 가울란트 부대표(76)도 공동 최고후보가 됐다. 당내 강경파들을 견제하며 외연을 확장하려던 프라우케 페트리는 권력싸움에서 밀렸다.
겉으로 드러난 것들만 보면 바이들은 인종차별과 반난민 정서를 바탕으로 세를 불려온 AfD를 온건하게 이끌고 갈 것처럼 보이는 인물이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출신에다 중국에서 6년간 살아 중국어가 유창하며, 남부 보덴제에서 동성 파트너와 함께 아들 한 명을 같이 키우며 살고 있다. 그러나 이는 겉모습일 뿐이다. 일간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은 성 정체성과 사업가 경력, 바지 정장을 즐겨 입는 세련된 패션 따위를 보고 온건한 성향이라 짐작하기 쉽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바이들은 나치의 과거사를 더 이상 참회하지 말자고 한 당내 인사를 옹호했고, 이슬람과 독일 민족의 정체성은 양립할 수 없다는 시각을 드러내왔다.
AfD가 바이들을 내세운 것은 경제 문제에 집중하고 있음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으로도 분석된다. 자유주의 시장경제를 옹호한다고 주장하는 바이들은 프랑크푸르트에 본부를 둔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이 정부 재정을 압박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ECB의 부양책에 반대할 뿐 아니라 아예 ECB 폐지까지 주장한다.
그가 대변하는 경제정책은 ‘독일 우선주의’로 요약된다. 당의 정강에는 난민 추방, 유엔 기후변화협약 탈퇴, 러시아 제재 해제 등이 담겨 있다. 바이들은 이날 승리 연설에서도 유럽연합(EU)을 관료주의적이고 중앙집권화된 국가연합체로 규정하면서 “주권국 독일을 원한다면 AfD에 투표하라”고 말했다.
2013년 설립된 AfD는 2015년 메르켈 총리의 난민 포용정책에 대한 반감을 등에 업고 지지율을 올렸다. 하지만 지난해 15%까지 치솟았던 지지율은 나치 전쟁범죄 옹호발언 등으로 인해 10% 아래로 떨어졌다. 분데슈타크(연방의회) 의원 630명 중 300명가량은 직접선거로, 300명가량은 정당명부제로 뽑고 나머지 의석은 득표율에 따라 추가로 배분한다. 연방의회에서 의석을 할당받으려면 득표율이 5%를 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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