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에서 24일(현지시간) 한 남성이 딸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장면을 페이스북에 생중계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길을 가던 70대 노인이 아무 이유 없이 살해되는 장면이 방송된 지 채 열흘도 안돼 끔찍한 범죄가 다시 페이스북에 방송됐다. 페이스북은 희생자 가족을 애도하고 영상을 삭제했다. 가짜뉴스 유통 논쟁에 이어 세계 최대 네트워크 권력이 된 페이스북에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지만 ‘연결사회’의 그늘을 해결할 방법은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25일 방콕포스트 등 태국 언론들은 워띠산 웡딴(21)이 휴양지 푸껫의 한 버려진 호텔에서 11개월 된 딸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장면을 페이스북 라이브로 중계했다고 보도했다. 워띠산은 전날 부인과 말다툼한 후 범행을 저질렀다. 워띠산의 친척이 영상을 보고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모두 숨진 뒤였다.
이 장면은 24일 오후 4시50분쯤부터 생중계됐는데 페이스북은 다음날 오후 5시에야 영상을 삭제했다. 지난 16일 클리블랜드에서 노인이 살해되는 영상이 올라왔다고 이용자들의 신고가 빗발쳤지만 해당 영상은 2시간 넘게 떠 있었다.
페이스북이 2015년 12월 생중계 서비스를 시작한 후 성폭행, 동물학대 등 잔혹 범죄에 쓰이는 일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월 스웨덴 웁살라에서는 남성 3명이 여성 1명을 집단성폭행하는 것을 생중계했다.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는 흑인 남녀 4명이 페이스북 라이브를 통해 한 10대 백인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환자를 조롱하고 집단폭행하는 장면을 내보냈다. 2월 뉴저지주 엥글우드에서는 한 남성이 살아 있는 쥐를 잔인하게 죽이는 걸 방송해 공분을 샀다.
전 세계 사용자 20억명이 그물망처럼 연결돼 있는 페이스북에서 실시간 중계가 갖는 파급력은 가히 폭발적이다. 이용자의 신고가 접수될 때는 이미 늦다. 페이스북은 논란이 커지자 동영상 게시물을 검토하는 전담부서를 꾸리고 직원 수천명을 투입했다. 삭제 대상이 된 동영상이 공유되지 못하도록 막는 소프트웨어도 만들었다. 검토가 필요한 영상을 자동으로 걸러내는 시스템도 시험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사전에 걸러내기란 쉽지 않다. 클리블랜드 노인 살해범 스티브 스티븐스는 범행 전부터 무작위로 길가는 행인을 살해하겠다고 예고 영상을 올렸다. 엘리자베스 조 캘리포니아대 법학과 교수는 뉴욕타임스에 “페이스북이 범죄 희생자들을 구해야 할 의무가 있느냐고 묻는다면, 거꾸로 수억명이 범죄 장면을 그대로 지켜보는 건 괜찮다는 거냐고 묻고 싶다”고 말했다.
사전검열을 해도 문제점은 있다. 어떤 게시물은 되고 안되고를 두고 누구나 수긍할 기준을 세우기 어렵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베트남전 때 미군의 네이팜탄 공격을 받고 벌거벗은 채 달아나는 소녀의 사진을 선정적이라며 삭제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세계적인 반전 여론을 일으킨 이 사진은 1972년 퓰리처상 수상작이었다. 페이스북은 지난 1월에도 개인 계정에 올라온 포세이돈 조각상 사진이 선정적이라며 삭제를 요구했다가 비난을 샀다.
콘텐츠를 생산하지 않은 유통 플랫폼에 어디까지 책임을 물을 수 있느냐도 논쟁거리다. 지난 1월 시리아 난민 아나스 모다마니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찍은 사진이 난민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일으키는 가짜뉴스에 쓰이고 있다면서, 제대로 조치를 취하지 않은 페이스북을 고소했다. 하지만 지난달 독일 뷔르츠부르크 지방법원은 페이스북이 직접 가짜뉴스를 만든 것도 아니고 관여하지도 않았다며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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