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재임기간 내내 거리를 둬왔던 월가 투자은행으로부터 거액의 연설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25일(현지시간) CBS 등 미국 언론들은 오바마가 9월에 월가 투자은행 중 하나인 캔터 피츠제럴드가 주최하는 건강보험 관련 컨펀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대가로 40만달러(약 4억5000만원)를 받기로 했다고 전했다. 캔터 피츠제럴드의 한 고위 임원이 오바마가 계약서에 서명했다고 말했고, 오바마 측은 부인하지 않았다.
취임하자마자 글로벌 금융위기 수습 임무를 떠안게 된 오바마는 2009년 CBS와 인터뷰에서 “나는 월가의 ‘살찐 고양이들’을 도우려고 출마한 게 아니다”고 말하는 등 월가의 탐욕적인 행태를 비난했다 오바마는 금융위기로 미국과 전 세계가 어려움을 겪는데도 투자은행 대주주와 경영진은 거액의 연봉과 보너스를 챙기고 세제 혜택까지 누린다면서 이들을 살찐 고양이들이라고 불렀다. 이후에도 거듭해서 월가가 금융위기의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월가의 후원을 받는 인사들도 공격대상이었다. 지난해 4월 백악관 출입기자단 마지막 만찬에서는 힐러리 클린턴이 국무장관 퇴임 후 골드만삭스로부터 거액의 연설료를 받았던 것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오바마는 “오늘 내 연설이 성공한다면 내년에 골드만삭스에서 써먹을 것”이라면서 “그러면 상당한 터브먼(20달러 신권 인물 후보)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랬던 오바마가 월가 돈을 받는다는 소식에 극우매체들은 일제히 비난했다. 폭스비즈니스는 “40만달러짜리 연설이 오바마를 월가의 신입 살찐 고양이로 만들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오바마가 이제 살찐 고양이들에게 감사해야할 것같다”고 비꼬았다. 연설시점이 9월인 점을 들어 오바마케어가 공화당과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 의해 뒤집힐 수도 있는 시점에 건강보험 관련 컨퍼런스에서 연설하게 되는 것도 아이러니라고 했다.
다른 극우매체 브레이트바트는 오바마의 연설료 40만달러는 다른 어떤 전직 정부관료들의 회당 연설료보다 높다고 지적했다. 클린턴은 골드만삭스에서 3회 연설하면서 총 67만5000달러를 받았다. 회당연설료는 22만5000달러로 오바마의 절반 정도다. 브레이트바트는 소식통을 인용해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회당 약 15만달러를 연설료로 받았으며, 오바마 다음으로는 벤 버냉키 전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20만달러에서 40만달러 사이로 가장 높다고 전했다.
미국 민주당의 정치컨설턴트인 행크 셰인코프는 모든 전직 대통령들이 그랬던 것처럼 오바마도 월가 돈을 받을 거란 건 충분히 예상됐던 일이라면서 “역설이라기보다는 위선에 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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