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던 주식시장 호황이 자기덕분이라고 자랑해왔다. 하지만 5일(현지시간) 다우지수가 사상 최대 낙폭인 1175포인트 하락을 기록하면서 체면을 구겼다. 트럼프 랠리는 이제 끝난 것일까.
트럼프 대통령은 각종 지수가 최고치를 경신할 때마다 트위터에 알렸지만 이날은 침묵했다. 백악관은 성명을 내고 트럼프 정부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제 기초체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 기초체력은 여전히 강하다면서 안정적인 경제성장률과 낮은 실업률, 임금상승 등을 언급하기도 했다.
앞선 미국 대통령들은 일일 주식시장 변동에 대해 언급하기를 꺼려왔다. 잠시 좋았다고 해도 향후 흐름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 업적인 것처럼 자화자찬했다가 급락할 경우 오히려 뭇매를 맞을 수도 있다. 언급하더라도 매우 개괄적으로 하는 것이 보통이다.
트럼프는 대통령 당선 이후 구체적인 수치까지 동원하며 자주 주식시장 호황을 언급해왔다. 지난해 11월28일에는 트위터에 “다우와 S&P500, 나스닥 모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쓰며 기뻐했다. 자기 공이라고 띄우는 것에 그치지 않고 대선 경쟁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을 공격하기도 한다. 지난해 12월 트위터에는 “만약 민주당원, 거짓말하기 좋아하는 힐러리가 당선됐다면 선거일부터 당신의 주식 가치는 반토막 났을 것이다”고 썼다.
현재 시장 상황을 볼 때 트럼프의 자랑은 당분간 못 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랠리가 당분간 다소 주춤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를 늘리겠다며 밀어부친 트럼프 정부의 대규모 감세정책이 원인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기업의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낮춘 감세로 세수는 향후 10년간 1조5000억달러(약 1638조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그만큼 국채발행을 늘릴 수밖에 없고 과공급으로 국채금리는 증가 압력을 받게된다는 것이다. 연초 2.4%대였던 10년물 국채금리는 최근 2.8%대로 치솟았다. 주식보다 안정적 투자수단으로 인식되는 국채를 이전보다 훨씬 싼 가격에 사들일 수 있게 되면서 자금이 주식시장에서 채권시장으로 대거 이탈했다는 것이다.
낮은 실업률과 안정적인 임금상승이 오히려 주식시장에는 악재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2일 미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실업률은 4.1%에 그쳐 200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임금은 연초에 비해 2.9% 올라 2009년 6월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고용시장 안정은 구매력 상승, 물가상승 여력으로 이어진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는 올해 세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인상폭이 더욱 가팔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에 팽배해졌다는 것이다.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금융기관과 기업들의 자금조달 비용은 높아지고 수익률은 그만큼 줄어들어 주가 하락의 요인이 된다.
미국 주식시장은 지난 대선 이후인 2016년 11월부터 가파르게 상승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조정장에 접어들었다고 보고 있다. 최소 5%에서 최대 10% 정도까지 거품이 빠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과열됐던 시장이 진정되면 오히려 다시 증시가 도약하는 발판이 마련될 수 있다. 주가가 떨어지면 관망하던 투자자들이 새로 유입되고 그동안 저평가됐던 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하기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CNN머니는 문제는 하락장이 일시적인 현상인지 조정장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확신할 수 없다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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