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남부 코르시카 섬 바스티아에서 연설을 하면서 코르시카 지방정부의 자치권 확대 요구를 수용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바스티아|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맞서 국제사회의 질서를 바로세우겠다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꿈은 이뤄질 수 있을까.
프랑스 정부는 7일(현지시간) 방위비를 2025년까지 40% 이상 늘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제시한 방위비 분담금 기준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2%를 충족시키겠다고 밝혔다. 증액한 방위비는 2015년 파리테러 이후 강화된 국내 대테러활동뿐만 아니라 시리아·이라크, 아프리카 중서부 국가 내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조직 소탕작전에 투입된다.
AFP 등 외신들은 방위비 증액 계획이 나온 시점에 주목했다. 나토 방위비 분담금의 70% 이상을 내는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회원국들이 내야 할 돈을 내지 않고 있다고 면박을 준 이후에 나왔다는 것이다. 영국을 제외하고 프랑스·독일 등 유럽연합(EU)의 실질적 리더 국가들 중 나토의 기준을 충족시키는 국가는 없다. ‘돈줄’을 앞세워 미국에 반대하는 국가들을 을러대는 트럼프에 맞서 마크롱이 도덕적 정당성을 쌓으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크롱이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하려면 먼저 국내 재정적자 문제부터 해결해야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피에르 모스코비시 유럽연합(EU) 경제담당 집행위원은 지난달 프랑스 라디오방송과 인터뷰에서 GDP 대비 3%에 달하는 재정적자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마크롱이 유럽의 리더가 되고 싶다면 본보기를 보여줘야만 한다”고 말했다.
프랑스의 2017년 재정적자는 GDP 잠정치 대비 2.9%로, 10년 만에 3% 아래로 떨어졌다. 하지만 유로존 평균 0.9%에 비하면 여전히 높다. 올해까지 재정적자 누적액은 2조2000억유로(약 2937조원)로 GDP 대비 96.8%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크롱 정부는 지난해 7월부터 재정적자 해결을 국정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밝혔다. 공공부문 지출 대규모 삭감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위원회를 구성하고 수개월 내로 연간 600억유로 절약을 목표로 최선의 해결책을 도출하겠다고 말했지만 아직 구체적 계획은 나오지 않았다. 공무원수 감소 등으로 중앙정부 지출을 250억유로 줄이고 나머지 350억유로는 지방정부에서 건강보험료·실업수당 지급 등을 줄이겠다는 청사진만 제시했을 뿐이다. 이날 EU 재정감시기구인 유럽회계감사원(ECA)은 프랑스 국가부채가 매우 높고 재정적자 감소속도가 느리다며 마크롱 정부에 속도를 내라고 촉구했다.
문제는 GDP 대비 50%를 훌쩍 뛰어넘는 공공부문 지출을 줄이기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직업훈련, 주거보조비 지급 등 일자리 창출에 핵심이 되는 부분을 건드렸다가는 정치적으로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내년 유럽의회 의원 선거를 앞두고 마크롱이 과감한 공공부문 지출 축소를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시각이다.
기댈 곳은 기업들의 활발한 투자로 인한 일자리 창출, 수출 증대 등 경제호황이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마크롱은 임기말인 2022년까지 기업의 법인세율을 현행 33%에서 25%로 낮추겠다며 기업에 투자를 호소하고 있다. 도요타 공장 유치 등을 홍보했지만 대규모 신규 일자리 창출 등 가시적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실업률은 독일·영국의 2배 수준인 9.7%로 여전히 높다.
높은 임금수준은 프랑스산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깎아먹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프랑스의 수출량은 2000년 유로존 국가 총 수출의 17%를 차지했지만 지난해에는 13%에 그쳤다. 유로화가 달러와 엔화 등 주요 통화에 비해 강세를 보이는 것도 수출경쟁력 제고에는 악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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