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스타비토는 중미 엘살바도르에 사는 유일한 하마였다. 그런데 며칠 전 동물원 울타리를 넘어 들어온 괴한에게 처참히 공격을 당한 뒤 26일(현지시간) 숨지고 말았다. EFE통신 등은 27일 구스타비토가 살았던 산살바도르 국립동물원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보도했다.
동물원 측에 따르면 구스타비토의 몸에서는 흉기에 찔린 자국과 멍이 여러 개 발견됐다. 블라단 엔리케스 동물원장은 “누군가 쇠막대기와 흉기, 돌멩이 따위로 공격한 게 틀림없다”고 말했다. 구스타비토는 지난 21일 밤 습격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육사는 구스타비토가 그 후 이틀 동안 한 번도 물 밖으로 나오지 않았으며 먹이도 먹지 않았다고 전했다.
16살에 생을 마감한 구스타비토는 과테말라에서 태어났으며 2004년 10월 산살바도르 동물원으로 옮겨졌다. 앞서 이 동물원에서 28년을 살았던 하마 알프레디토가 숨진 뒤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서였다. 이후 동물원의 유일한 하마로 방문객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갱단 폭력과 살인사건에 지친 엘살바도르 국민들은 동물까지 잔혹하게 살해한 폭력에 분노를 터뜨리고 있다. 지난해 엘살바도르에서는 5278건의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산살바도르 중심가에서 노점을 하는 마르틴 카스티요는 AP통신에 “사람들이 파리 목숨처럼 쉽게 살해당하는 걸 매일 보고 있지만 이건 너무 심했다”면서 “우리를 기쁘게 하는 유일한 동물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소셜미디어에 애도의 글을 올리고, 동물원을 찾아가 장미꽃을 놓고 갔다. 시민들은 또 동물원의 관리 소홀을 질타하며 경계를 강화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27일 의회에서는 동물학대에 최대 징역 6년형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처벌을 강화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동물의 죽음이 분노를 산 것은 처음이 아니다. 2015년 짐바브웨에서 일어난 사자 세실 참수 사건은 아프리카 동물 사냥 비즈니스의 추악한 실태를 드러내며 세계의 공분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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