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슬레, 애봇 등 다국적 분유업체들이 필리핀에서 의사들을 상대로 뇌물을 주는 불법적 마케팅을 벌여 모유 수유 비율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영국 가디언이 국제 아동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의 조사결과를 인용해 전한 보도에 따르면 분유업체들은 의사들에게 호화여행은 물론 공짜 공연 티켓, 심지어는 도박자금까지 대준 것으로 드러났다.
뇌물을 받은 의사들이 모유 수유가 가능한 산모에게도 영양성분이 뛰어나다며 분유를 적극 권유한 결과 일부 병원에서는 모유를 수유하는 여성 비율이 34%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분유업체들의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위생여건이 좋지 않은 극빈지역에서 분유 사용이 증가하면서 아이들이 설사나 폐렴 등 질병에 노출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업체들은 분유의 영양성분이 모유와 비슷하고 아이의 지능도 높여준다고 광고하고 있다. 가디언은 비싼 분유 비용 때문에 생활고에 시달리거나 심한 경우 산모가 극심한 굶주림으로 영양실조에 걸리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분유업체들은 로비단체를 움직여 필리핀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금지하려는 정부 입법을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디언은 전 세계 시장 점유율 약 25%를 차지하는 네슬레가 1974년 전 세계적인 보이콧 운동에도 개발도상국에서의 공격적인 마케팅 관행을 바꾸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보이콧을 주도한 국제 자선단체 ‘빈곤과의 전쟁’은 위생여건이 좋지 않은 나라들에서 분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아이들이 설사, 영양실조로 사망하는 사례가 연 100만명에 달한다며 비난했다. 모유는 실험실에서 만들어낼 수 없는 항체나 면역체계 관련 화합물을 함유하고 있어 환경이 허락된다면 분유보다 더 권장된다.
앞서 네슬레는 나라마다 성분이 다른 분유를 출시한 것으로 드러나 비난을 받기도 했다. 지난 1일 미국의 소비자고발단체 체인징마케츠재단은 40개국에 판매되는 네슬레 제품 70여개를 조사한 결과 자체 영양권고안도 무시한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고 지적했다. 홍콩에서는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당분인 자당을 첨가하지 않아 아기 몸에 좋은 분유라고 광고했지만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시 제품에는 이를 첨가한 사실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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