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북부 랭스 인근의 한 군사기지를 방문해 신무기 전시회에 진열된 무기를 만져보고 있다. 랭스|AFP연합뉴스
유럽연합(EU)은 회원국 파견노동자들이 출신국과 상관없이 동일노동·동일임금 원칙을 적용받도록 하는 데 잠정 합의했다고 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이 전했다. 그동안 독일·프랑스 등 고임금 국가 기업들은 계약서상에 최저임금만 보장하고 임금 수준이 낮은 EU 회원국 노동자들을 데려다 쓸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합의로 EU 회원국 고용주들은 초과근무 수당, 성과급 등을 파견노동자 출신국 기준이 아닌 작업장 기준으로 지불해야 한다. 마리안느 티센 EU 집행위원회 사회복지·노동이동 담당관은 3일 도이체벨레와의 인터뷰에서 “EU는 더 이상 노동자 임금 덤핑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노동자 인권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예를 들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일하는 폴란드 노동자는 프랑크푸르트가 속한 헤센주의 단체협약 합의안에 따라 고용주인 독일 업체로부터 임금을 지급받게 된다. EU 회원국 노동자들은 헤센주에서만 적용되는 지역 단체교섭협약도 적용받을 수 있다. 야간·초과근무 수당, 성과급 등도 헤센주 단체협약에 근거해 지급받게 된다. EU는 노동자 임금에서 숙박·교통비가 공제되지 않도록 하는 내용도 법안에 포함시켰다. 단계적 공제 폐지 기간을 거쳐 운송업계를 포함한 전 업종에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소득 수준이 비교적 낮은 폴란드·헝가리 등 동유럽 국가들은 이에 반대해왔다. EU 회원국들에 약 50만명의 노동자를 파견 중인 폴란드는 특히 강경하다. 다수 동유럽 국가들은 자국 노동자들의 낮은 임금을 경쟁력 삼아 부를 축적해왔다. 앞으로 해외 파견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임금을 지불해야 한다면 독일·프랑스 등 국가 기업들은 고용을 줄일 가능성이 높다.
로이터 등 외신들은 특히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입법을 위해 많이 노력해왔다고 전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임금 수준이 낮은 국가 출신들이 프랑스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뺏는다는 국내 불만 여론을 불식시키기 위해 발 벗고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원칙적으로 해외 노동자 파견 기간을 2년에서 1년으로 줄이고 최대 1년6개월까지만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은 마크롱이 강하게 추진해 막판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로이터는 프랑스에서 일하는 해외 파견노동자들의 평균 파견 기간은 4개월에 불과하다면서 순전히 프랑스 국내 정치용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임금 수준이 낮은 나라 기업들이 조항의 빈틈을 파고들어 노동자들의 임금 수준을 계속 낮게 유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회보장 부담금과 소득세는 기존과 동일하게 노동자를 파견하는 국가의 기업에서 지불토록 한 것이다. 이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춰 임금경쟁력을 유지하려 할 경우 노동자들의 복지 수준은 그만큼 더 낮아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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