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계

독일 푸드뱅크 타펠, 외국인 혐오 논란


빈곤계층에 무료로 식량을 나눠주는 독일 푸드뱅크 ‘타펠’의 에센시 지부가 외국인에게 이용권 발급을 제한하고 독일 여권을 소지하지 않은 경우에는 배급을 하지 않기로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외국인 혐오 논란에 휩싸였다. 이 조치는 지난해 12월 발표됐지만 최근 지역매체가 보도하면서 불거졌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까지 국적에 따른 차별조치는 잘못이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메르켈 총리는 27일(현지시간) RTL방송과 인터뷰에서 “타펠의 외국인 식량배급 중단조치는 그에 대한 압박이 실제로 존재하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압박하는 세력에 의존하는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타펠 에센지부 대표 외르크 사토어는 언론 보도가 나간 직후인 지난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외국인 혐오에 바탕한 조치가 아니라고 해명했다. 길어야 8주간 지속되는 한시적 조치라고 강조했지만 해명 도중 은연중에 외국인 혐오를 드러내 비난만 샀다. 사토어는 에센지역에서 식량배급을 받는 사람 중 외국인 비율이 75%로 너무 높다고 판단했으며, 외국인 다수가 식량배급을 받는 도중 사람들을 밀치는 등 소동을 일으킨 데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에 불편함을 느낀 독일인들, 특히 노년층의 발길이 뚝 끊겼다고 했다. 도이체벨레는 사토어가 타펠을 이용하는 외국인 비율이 4% 줄어든 것을 자랑스럽게 말했다고 전했다. 


사토어는 한 라디오방송과 인터뷰에서 빈곤·굶주림에 대한 책임은 결국 정부에 있다고 말해 더욱 비난을 샀다. 그는 식료품에 쓰는 돈을 아껴 다른 곳에 쓰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타펠이 존재한다면서 “우리가 더 이상 여기 없다고 해서 누군가가 굶주린다면 이 나라에서 뭔가 매우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뜻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타펠의 식량수송 차량에 “나치는 물러나라”는 낙서문구가 발견되는 등 비난여론은 커지고 있다. 독일 전역에 930여개 지부를 두고 있는 타펠 본부도 사토어의 발언과 에센지부 결정을 비난했다. 


한편 좌파당 등 야당은 타펠의 조치를 두고 외국인 혐오는 우려스럽다면서도 난민 위기 고조 이후 정부가 비정부기구들에 대한 지원을 줄이면서 벌어진 일이라며 메르켈 정부에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