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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브릿팝이 뭐냐고 물으신다면 Pt.1

영국 밴드 Pulp의 리더 Jarvis Cocker는 최근 피치포크와 인터뷰에서 브릿팝이라는 용어를 두고 "엿 같은 소리"라고 일갈했다. 다른 많은 영국 뮤지션들이 그랬던 것처럼 음악을 국가주의 영역 안에 가두려는 시도라고 보기 때문이다.



< Jarvis Cocker >

Cocker의 혐오는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음악 장르나 문화에 유니언잭을 꽂으면서 이득을 본 건 뮤지션들이 아니라 정치인들이었다. 브릿팝의 영웅들인 Cocker와 Oasis의 리더 Noel Gallagher는 Tony Blair 총리와 만나야만 했다. 두 사람은 영국민들의 문화적 자긍심을 일깨워 정부의 이미지를 높이는 수단으로 사용됐다.



< The Jam >

브릿팝은 그런지가 주가 된 미국의 얼터너티브 신과 달리 어떤 공통된 음악적 성향을 찾기도 힘들다. 어떻게든 공통점을 찾으려는 사람들은 기타연주가 주가 되는 멜로디컬한 파워팝을 예로 든다. 하지만 David Bowie에게서 영향을 받은 글램록부터 The Clash, The Jam류의 컬러풀한 펑크까지. 소위 브릿팝이라고 불리는 음악들에는 매우 다양한 요소들이 꿈틀대고 있다. 

그래도 브릿팝은 확실히 미국의 록, 팝과 다르다. 영국인들 특유의 시니컬한 자세라고 해야할까. 정색하고 분노를 토해내는 미국인들의 그런지와 달리 브릿팝 군단은 쿨하면서 동시에 조소하는 이율배반적인 정서를 음악에 깔고 있었다. 볼륨을 높이지는 않았어도 메시지는 뼈아팠다.



Cocker는 브릿팝이라는 표현을 혐오한다고 했지만 그가 이끈 밴드 Pulp처럼 영국스러운 음악을 했던 밴드는 없었다. 이들이 만든 명반 [Different Class](1995년)는 그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영국 사회의 보이지 않는 계급주의적 시각을 꺼내보인다. 'Common People'은 상류층 소녀와 빈민가 남성이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얘기를 하며 보이지 않는 계급의 담장을 허물려고 한다. 밤새 약물에 탐닉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그린 'Sorted for E's & Wizz'에서는 짐짓 점잖은 척하는 영국 사회의 이면을 까발린다.



Pulp는 음악적으로 어느 한 틀로 가둘 수 없는 브릿팝의 특성을 아주 잘 보여주기도 한다. 이 음반은 고딕의 우울함과 글램록의 퇴폐미, 디스코의 경쾌함을 동시에 표현해냈다. Laura Branigan의 'Gloria'에서 리프를 따온 'Disco 2000', 구슬픈 발라드 'Underwear', 음울하면서도 동시에 드라마틱한 전개가 압권인 'I Spy'에 이르기까지 음반은 지루할 새가 없다. Cocker 특유의 떨리는 목소리는 묘한 긴장감과 섹시함을 동시에 표현한다. 한 마디로 [Different Class]는 종잡을 수 없는 매력으로 브릿팝 최고의 명반 중 하나로 자리매김 할 수 있었다.
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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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 Spy I S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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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is-Shapes Mis-Shap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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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ar Italia Bar Italia
    



미국의 정색하는 그런지와 가장 대척점에 서 있는 걸로 최고를 꼽으라면 Elastica를 들 수 있다. 그룹은 정색하지 않았고 때론 경쾌했으며 기존의 도덕적 잣대에 얽매여 전전긍긍해하지도 않았다. Elastica는 쿨했다.



혼성그룹이었던 Elastica는 성적인 이야기가 남자 뮤지션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라는 듯 데뷔앨범 [Elastica](1995년)에서 아무렇지 않게 발기부전, 카섹스를 노래했다. 여전사처럼 핏대를 높이는 대신 캐치한 멜로디와 뉴웨이브의 경쾌한 사운드 안에 메시지를 담아 더 잘 들리도록 하는 데 집중했다.



< Justine Frischmann >

같은 앨범 수록곡 'Connection', 'Line up'은 Wire의 'Three girl rhumba'와 'I am the fly' 리프를 표절한 것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그러자 리더 Justine Frischmann은 지체없이 원곡자에 로열티를 지불하고 나중에도 당당하게 두 곡을 무대에 올렸다. 존경하는 선배들의 음악을 좀 가져다 쓰는 게 뭐 그리 비난 받을 일이냐는 식의 태도는 결과적으로 표절과 관련된 도덕성 논쟁을 사전에 차단시켜버렸다.
NO
곡명
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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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Stutter Stutter
2
  Car Song Car Song
3
  Vaseline Vaseline
4
  Connection Connection
5
  Line Up Line Up
6
  Waking Up Waking Up
    



< Suede와 Blur. 두 사진 모두 가장 앞의 인물들이 Frischmann의 과거 연인들. (편집자 주) >

특히 Frischmann은 다른 스타 뮤지션들과 연애로 브릿팝에 대한 관심을 폭발적으로 높이기도 했다. 그는 Suede의 Brett Anderson과 연인이었다가 나중에는 Blur의 Damon Albarn과도 사귀었다. 

전성기 Elastica의 인기는 미국 무대로 한정시킨다면 Blur보다도 더 많았다. 하지만 리더 Frischman이 Albarn과 관계가 틀어지면서 밴드는 삐그덕대기 시작했다. 팀워크도 예전만 같지 않았고 밴드는 2000년 낸 [The Menace]에서 소포모어 징크스를 제대로 겪었다. 그래도 짧은 순간이나마 Elastica는 정말 환하게 빛났다. 브릿팝의 더 빛나는 순간들은 2회에 살펴본다.
박효재

경향신문 기자

출처: 멜론매거진-스쿨 오브 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