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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우리 그냥 사랑하게 해주세요


"K팝스타가 '우리 서로 사귀고 있다'고 고백했다. 그들 소속사는 '너흰 해고야'라고 말했다."


미국 현지시간으로 13일 뉴욕타임스 웹사이트에 이런 제목의 기사가 걸렸다. 사진 속 K팝스타는 트리플 H로 활동중인 현아와 이던. 두 사람의 열애 사실 인정에 퇴출 결정을 내린 소속사 큐브엔터테인먼트(이하 큐브)의 조치를 비판하는 기사였다.


같은 날 영국 BBC 웹사이트에는 큐브가 퇴출 결정을 번복했다는 소식이 올라왔다. BBC는 큐브의 퇴출 결정 발표 이후 10시간 만에 72만 건의 관련 트윗이 올라왔고, 신대남 큐브 대표가 성명을 내 현아와 이던이 퇴출됐다는 보도를 부인했다고 전했다.

신 대표는 이날 입장문에서 "퇴출은 논의 중일 뿐 확정된 사안이 아니다"면서 "해당 아티스트의 의견도 중요하기 때문에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신중하게 결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관련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이번 주중으로 이사회를 개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사람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며 퇴출 결정을 밝힌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현아와 이던은 지난달 열애보도가 나오고 소속사가 부인하자 "팬들에게 솔직하고 싶다"며 교제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이후 큐브는 현아의 예정된 일정을 취소하고, 이던을 펜타곤 팬미팅 및 앨범컴백 활동에서 제외했다.

누리꾼들은 큐브의 결정을 두고 "연애가 죄냐", "소속사와 합의되지 않은 행동을 한 현아와 이던도 문제가 있다"라며 갑론을박을 벌였다. BBC는 한국에서 많은 아이돌은 소속사와 계약기간동안 어떤 로맨틱한 관계도 허락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기획사 입장에서는 소속 가수의 연애가 알려지면 팀의 인기가 떨어지고 결국 회사 수익에 손실을 입히지 않을까 걱정할 것이다. 하지만 지나친 상업적 논리로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까지 제어하려 든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외국 아이돌들은 어떻게 사랑하고 있을까.



해외 아이돌 스타 커플하면 Justin Bieber와 Selena Gomez를 떠올리게 된다. 두 사람의 사랑은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막장 드라마 같았다. 만나고 헤어지기를 수도 없이 반복했고, 헤어져 있는 동안 다른 사람도 많이 만났다. 여기서 중요한 건 그들은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자기들 방식대로의 사랑을 했다는 것이다.


Gomez는 2008년 Jonas Brothers의 멤버 Nick Jonas와 사귀었다. Jonas는 Gomez의 회사 동료 Miley Cyrus의 전 남자친구이기도 했다. 호사가들은 Cyrus 와 Gomez 사이 불화설을 제기했다. 하지만 정작 두 사람은 해명할 필요도 없다는 듯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Gomez는 Jonas와 헤어진 뒤 2011년부터 Bieber와 사귀었다. Gomez와 Bieber는 호텔, 해변 등에서 주위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애정을 표현해왔다. 이듬해에는 Gomez의 휴대전화가 해킹당하면서 둘의 성관계 모습이 담긴 영상이 유출되기도 했다.


Bieber, Gomez 커플은 만나고 헤어지기를 수없이 반복했다. 하지만 굳이 감추려고 하지 않았다. 그러다 2014년 완전히 헤어졌다. 이후 Gomez와 Bieber는 다른 사람과 연애를 했지만 그럴 때에도 늘 서로의 이름이 언급되곤 했다.
그러던 2017년 10월 Bieber가 친구들과 함께 Gomez 집에 놀러 가고 식당에서 아침 식사하는 모습이 목격되면서 재결합설이 나왔다. 두 사람은 친구일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결국 재결합했다고 인정했다.
당시 Gomez가 Bieber와 다시 만난다는 사실에 Gomez 어머니가 스트레스를 받아 병원에 입원했다는 설이 나돌기까지 했다. 이에 Gomez 어머니가 인터뷰를 자청하면서 자신은 교제를 반대한 적이 없으며 그들이 뭘하든 사랑한다고 말했다.

Bieber는 결국 Gomez와 다시 헤어지고 모델 Hailey Baldwin과 결혼식을 올린 것으로 전해진다. 지금도 Gomez의 어머니가 "그들"을 사랑하는지 알 턱은 없지만 "뭘하든" 사랑한다는 말은 아직도 울림이 있다.


Ariana Grande와 최근 약물 과다복용으로 숨진 래퍼 Mac Miller의 사랑도 곱씹어 볼 만한 대목이 있다. Grande는 Miller와 3개월 전쯤 헤어지고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로 유명해진 코미디언 Pete Davidson과 약혼식을 올렸다. 그럼에도 Miller의 안타까운 죽음을 절절히 추모했다.


"내가 19살 때 널 처음 만났을 때부터 널 사랑했고 항상 그럴 거야." "너는 내 가장 친한 친구였는데 오랫동안 아팠을 너의 고통을 낫게 하거나 없애주지 못해 미안해." "넌 가장 친절하고 착한 사람이었어. 편안하게 지내길 바랄게."

Grande는 2013년 'The Way' 피처링을 Miller에 맡기면서 그와 처음 인연을 맺었고 2016년 연인관계로 발전했다. Grande, Miller 커플은 늘 다정한 모습이었고 뮤지션으로서 서로를 존중하고 충고를 아끼지 않는 사이였기에 결별소식은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지난해 5월 Grande가 영국 맨체스터 경기장에서 콘서트 도중 폭탄 테러로 많은 사상자가 나와 힘들어할 때 Miller는 큰 힘이 되어줬다. Grande가 이후 영국에서 모든 콘서트 일정을 취소하고 전용기를 타고 미국 공항에 도착했을 때 제일 먼저 다가가 안아준 사람이 Miller였다. Grande는 이후 상처를 잘 극복하고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사랑은 상처를 극복하게 해줄 뿐만 아니라 그 결과가 어떻든 간에 한 단계 성숙하는 계기가 된다. 필리핀 언론 ABS-CBN은 이번 현아, 이던 퇴출 관련해 게재한 칼럼에서 "우리는 그들을 아티스트로서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리는 그들을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의 소유물이 아니다. 여러분들이 현실 세계에서 그들의 진짜 남자친구, 여자친구가 되려고 그들의 음악을 듣는 건 아니지 않나?"
아이돌 기획사들 계약서에 어떤 내용이 적혀 있는지 정확히 알지는 못한다. 하지만 누군가와 연애하고 그 사실을 인정했다는 이유만으로 소속사에서 쫓겨날 수 있다는 것. 또 그와 관련해 여론이 나빠지고 주가가 출렁대자 이사회를 소집하고 거기서 나온 결정에 따르겠다는 것. 이런 웃지 못할 소식에 해외 주요 언론사들이 주목한다는 것. 모두 씁쓸한 건 마찬가지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사람 마음 가는 걸 막기가 어디 쉽던가. 우리 그냥 서로 사랑하게 해주면 안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