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국적의 샤이마 스윌레(오른쪽)가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의 캘리포니아대 베니오프 소아병원에서 연명장치에 의지해 호흡하는 아들 압둘라 하산을 안고 있다. 오클랜드|AP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무슬림 입국 금지 조치에 가로막혀 투병 기간 어머니와 떨어져 있어야만 했던 2살 남자 아이 압둘라 하산이 29일(현지시간) 묘지에 묻혔다. 하산의 부모가 아들의 시신을 이날 캘리포니아 샌트럴벨리의 이슬람식 묘지에 묻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하산의 아버지 알리는 이날 장례식에서 아들의 매장을 앞두고 추모객들에게 “나는 미국 시민이고 내 아들도 미국 시민이다”고 말했다. 알리는 “무슬림 입국 금지로 아내는 1년 넘게 미국에 들어올 수 없었다”면서 “그것은 나로 하여금 아들의 건강, 가족과 함께 하는 것 중에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화가 나지만 아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안다”고 덧붙였다.
퇴행성 뇌질환을 앓던 하산은 전날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의 한 소아병원에서 연명장치를 뗐다. 어머니 샤이마 스윌레가 어렵게 무슬림 입국 금지를 뚫고 비자를 얻어 상봉한 지 채 열흘도 안 돼 숨을 거둔 것이다.
스윌레는 미국인 시민권자인 남편과 결혼했지만 무슬림 입국 금지때문에 아들과 떨어져 지내야만 했다. 트럼프 정부는 예멘을 비롯해 대부분 이슬람 국가인 5개국 국적자의 입국을 행정명령으로 금지하고 있다. 스윌레는 남편과 함께 이집트에 머무르며 아들의 치료 기간 함께 할 수 있도록 비자를 발급받으려고 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 아들 하산의 병세가 심각해지자 스윌레는 이집트에 남고, 하산 부자만 지난 10월 미국으로 떠났다.
하산 가족은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어렵게 재회했다. 하산이 머무르던 병원의 사회복지사가 시민단체 ‘미국-이슬람관계협의회’에 연락했고, 이 단체는 지난 16일 무슬림 입국 금지 조치로 가족을 격리시킨 트럼프 정부를 상대로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국무부는 소송 제기 바로 다음날인 17일 스윌레에게 체류 비자를 내줬다.
미국-이슬람관계협의회 측 변호사 사드 스웨일렘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하산은 짧은 생애 동안 외국인 혐오와 가족 분리에 대항하는 싸움에서 우리 모두에 길을 안내하는 불빛이 되어왔다”고 말했다. 아버지 알리는 “우리의 투쟁으로 정책 변화가 일어나고 우리 같은 가족들이 더 이상 헤어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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