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시 펠로시 미국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78)가 3일(현지시간) 의회표결에서 찬성 220 대 반대 192표로 제116대 하원의장에 선출됐다. 여성으로는 역사상 최초로 하원의장을 2번 역임하게 됐다. 2007년 여성 최초의 하원의장으로 선출됐던 데 이어 다시 새 기록을 썼다.
민주당은 지난해 11월 6일 중간선거에서 8년 만에 하원 과반을 탈환했다. 펠로시 의장은 임기 후반에 접어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독단적인 국정운영을 막아야 한다는 중책을 맡게 됐다.
낸시 펠로시 미국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가 3일(현지시간) 116회 의회 개원식에서 하원의장에 선출된 뒤 의사봉을 들어보이며 기뻐하고 있다. 워싱턴|UPI연합뉴스
펠로시 의장은 이날 연설에서 의회의 정부 견제 강화와 통합의 가치를 강조했다. 펠로시는 “유권자들은 새로운 시작을 원했다”면서 “권력에 대한 견제와 균형을 제공하는 우리 헌법의 아름다움을 찾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양한 인종의 의원 자녀들 10여 명을 초대해 연설 때 연단에 오르게 했다. 그러면서 “의회가 미국의 모든 아이들을 위해 일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의 반이민 기조에 대한 비판으로 해석된다.
펠로시 의장이 이끄는 민주당은 의회 개원 첫날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인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예산 편성을 제외한 연방정부 업무 재개 방안을 통과시켰다. 펠로시는 표결 직후 기자회견에서 “우리(민주당)는 장벽을 쌓아올리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에 대해 누구도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만들고 있는 것은 멕시코와 미국 사이의 장벽이 아니라 현실과 그의 유권자, 지지자들 사이의 장벽이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상원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공화당이 국경장벽 예산 편성 문제에 대해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상원에서 하원 예산안에 대한 최종 표결이 이뤄지는데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등 여당 지도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 없이는 표결은 없다는 입장이다.
이날 펠로시 의장은 민주당이 역점을 두고 추진할 정책 이슈도 밝혔다. 그는 “기존 의료체계 하에서 의료보험료와 처방약 값을 낮추고, 바다를 빛나는 바다로 바꾸는 친환경 첨단 인프라 건설로 미국을 새롭게 세우겠다”고 말했다.
펠로시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 탄핵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압박하기도 했다. 펠로시는 이날 방송된 NBC와의 인터뷰에서 현직 대통령의 검찰 기소를 금지한 법무부 지침에 대해서 “완전히 확정적인 법률이 아니다”고 말했다.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 중인 로버트 뮬러 특검의 트럼프 대통령 임기 중 기소 및 탄색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펠로시는 “정치적인 이유로 탄핵을 해서도 안되지만 같은 이유로 탄핵을 피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트럼프 즉각 탄핵 추진을 주장하는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의원 등 의회에 갓 입성한 젊은 진보진영 의원들의 압박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오카시오코르테스는 이날 하원의장 표결에서 펠로시 찬성표를 던졌다.
펠로시 의장이 이끄는 민주당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외교위원회 소환 방침도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직접 담판을 통해 북핵 문제를 풀어가려는 트럼프식 대북 관여 정책에 대해 감시, 감독을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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