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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미국, 사우디에 원전 기술 이전 비밀리 승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자국 기업이 사우디아라비아로 원자력발전 기술을 이전하는 것을 비밀리에 승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릭 페리 에너지부 장관이 여섯 건의 기술 이전을 승인했다고 2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이 관련 문서 사본을 입수해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지난해 3월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왼쪽)와 회담하던 도중 사우디가 구매한 미국산 무기 목록을 손가락으로 짚으며 설명하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페리 장관의 승인으로 미국 기업들은 발전소에 들어갈 장비 선적을 제외한 예비작업을 할 수 있게 됐다. 어느 기업이 어느 정도까지 기술 이전 예비작업을 할 수 있도록 허가를 받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승인 대상으로 추정되는 IP3인터내셔널은 관련 내용에 대해 답변을 거부했다. 이 업체는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에서 일하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마이클 플린이 고문으로 있던 곳이다. ‘810 승인’으로 불리는 에너지부 승인에 따라 에너지 기업들은 최종 계약 성사 전까지 정부에 기밀 유지, 관련 부처 문서 공람 금지를 요구할 권한이 있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정부가 사우디에 원자력발전소 2개 건설을 목표로 이같은 거래를 조용히 추진해왔다고 설명했다. 사우디에 원전 건설 계약을 두고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 러시아도 경쟁하고 있다. 사우디는 올해 말 최종 계약 낙찰 기업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트럼프 정부가 비밀리에 기술 이전을 승인한 것은 사우디와 계약을 성사시키고자 하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해석된다. 원자력법 123조에 따르면 미국 민간 업체들은 다른 국가로 기술 이전시 의회에 동의를 구해야 한다. 이미 체결된 계약이라도 의회 표결로 무효화될 수 있다. 

 

원전 기술은 핵무기 개발 기술로 발전될 수 있어 거래가 최종적으로 성사될 경우 중동지역에서 핵무기 경쟁이 가속화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지난해 CBS방송 인터뷰에서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한다면 사우디도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우디는 비밀리에 핵무기를 제조할 핵분열 물질을 만드는 두 가지 길, 즉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를 막는 미국의 기준에 반대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