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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브루나이 군주, 국제사회 비난에 “동성애·간통죄 투석 사형 집행 유예하겠다”

브루나이 군주인 술탄 하사날 볼키아가 국제사회 비난이 거세지자 동성애·간통에 대한 투석 사형 시행을 유예하겠다고 밝혔다. 볼키아 술탄이 새 형사처벌법 도입 이후 처음으로 5일(현지시간) 국영방송 연설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고 알자지라 등이 보도했다.

 

브루나이 군주인 술탄 하사날 볼키아가 4월3일(현지시간) 수도 반다르스리브가완의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 승천 기념 행사(미라지)에서 연설하고 있다. 반다르스리브가완EPA연합뉴스 

 

볼키아 술탄은 이날 연설에서 “새 형법 시행을 두고 의문과 오해가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브루나이는 지난 20여 년 동안 관습법에 따라 사실상 사형을 집행하지 않았으며, 새 형법은 많은 예외 규정을 허용하는 이슬람 형법에 따라 적용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브루나이는 이슬람 경전 샤리아를 자체적으로 해석해 동성애·간통 범죄자 투석 사형, 절도범 손발 절단, 낙태여성 공개 채찍질 등 처벌제도를 지난달 새로 도입했다. 이후 국제사회의 비난이 이어졌다. 유엔은 즉각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조치”라고 비난했다.

 

특히 볼키아 술탄의 경제력에 타격을 주는 움직임들이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할리우드 배우 조지 클루니, 영국 출신 유명 뮤지션 엘튼 존 등 유명 인사들은 볼키아 술탄이 소유하고 있는 로스앤젤레스, 런던 소재 호텔에 대한 보이콧을 주도했다. 몇몇 다국적 기업들은 직원들에게 이 호텔 사용을 금지시켰다. 일부 여행사들은 관광지 추천 목록에서 브루나이를 삭제했다. 브루나이 정부는 이날 이례적으로 술탄 연설의 영어 해석본까지 배포했다.

 

볼키아 술탄이 공개적으로 새 형법 시행 유예 계획을 밝히면서 향후 사형 등 비인도적인 처벌이 꽤 오랜 기간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브루나이에서 계획 살인, 마약밀매는 법에 따라 사형에 처해지지만 2000년대 들어 사형집행은 단 한 건도 없었다. 볼키아 술탄은 유엔 고문방지협약도 준수하겠다고 밝혔다.